[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한 정부의 금융 지원 조치가 정상화되면서 한계기업의 부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도산제도와 같은 기업 채무조정제도를 선제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14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기업 채무조정제도 개선에 관한 글로벌 논의 및 시사점'에 따르면 최근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기관들은 코로나19 지원 조치 정상화 과정에서 대규모 도산 가능성이 제기되는 과다 부채 기업들을 고려해 채무조정제도의 선제적 정비를 권고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신규 지분투자 유치 등 자본시장을 활용한 기업 채무조정, 법원 외 채무조정 등 다양한 제도 도입, 중소기업을 위한 채무조정 절차 간소화, 채권단의 출자 전환 시 세제 혜택 부여 등을 제안하고 나섰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우리나라의 한계기업 비중은 15.3%로 20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받은 취약 기업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커지고 부실기업이 증가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한은은 먼저 자본시장을 활용한 기업의 채무조정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은행은 채무조정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모펀드를 통해 채권은행으로부터 구조조정 기업을 매입하고 채무조정, 신규자금 투입, 사업 구조조정 등 기업 채무조정에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도산실무가 제도의 한시적 도입도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자율협약에 의한 채무조정이나 워크아웃은 채권자 주도로 이뤄져 채무자는 절차에서 배제되는 면이 있는 만큼, 공정한 제3자 역할을 하는 전문가의 육성과 활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 맞춤형 법원 외 채무조정 확대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중소기업이 회생 절차를 이용할 경우 비용과 시간 면에서 진입장벽이 높아 파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 이를 보완할 법원 외 채무조정 절차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한은은 채무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채무자 기업에 대한 보다 실질적이고 정교한 신용평가 등을 통해 종래 재무 상태가 건실한 기업이 코로나19로 인해 악화된 곳인지, 가까운 장래에 수익 창출이 예상되는지, 조정된 채무를 성실히 상환하는지 등을 수시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기업 채무조정제도는 주요국에 비해서도 우수한 편"이라면서도 "정부가 자본시장을 활용한 기업 채무조정 활성화, 도산실무가 제도의 한시적 도입 등 같은 보완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한 정부의 금융 지원 조치가 정상화되면서 한계기업의 부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한국은행의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한 은행 관계자가 원화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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