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쌍용차(003620) 인수전에 KG그룹, 쌍방울그룹,
이엔플러스(074610) 등이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차동차업계에서는 인수 이후 경영 정상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쌍용차 운영을 위해서는 신차 개발, 전동화 전환 등에 대한 비전과 대규모 자금이 필수지만, 인수 후보들의 재무 상황을 따져보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와의 인수·합병 계획이 무산된 쌍용차는 이번 주 재매각 절차에 돌입한다.
쌍용차 '티볼리'.(사진=쌍용차)
쌍용차는 서울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은 후 우선 매수권자(인수 예정자) 선정 작업에 착수한다. 인수 예정자를 미리 정해 놓지만, 별도로 공개입찰을 진행하며 입찰 무산시 인수 예정자에게 매수권을 줄 방침이다. 인수 후보 기업들이 인수 사전의향서를 제출하면 쌍용차 측은 다음 주께 인수 예정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에디슨모터스가 금호에이치티를 새로운 투자자로 끌어들이며 재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KG그룹과 쌍방울그룹이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꼽힌다. 우선 KG그룹은 인수 후보군 중 자금력이 가장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룹의 지주사인
KG케미칼(001390)의 현금성 자산이 3636억원에 달하고, 계열사 KG ETS 매각 대금 5000억원까지 확보할 수 있다.
쌍방울그룹은 특장차 제조 계열사인
광림(014200)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쌍용차 인수에 나선다. 다만 그룹 매출 규모와 최근 이어진 적자를 고려하면 KG그룹보다는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인수 자금을 조달해도 인수 이후 정상화까지 추가 자금을 투입하고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에디슨모터스는 인수 대금 3049억원을 제시하고도 회생채권에 대한 현금 변제는 1.75%만 하겠다는 회생계획안을 내놓으면서 채권단의 반발을 샀다. 채권단은 변제율 50%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인수 후보 대부분은 쌍용차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뛰어든 상황이어서 본입찰에서 빠질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업에 대한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완성차업체들은 신차를 지속해서 출시해야 하는데, 통상 신차 개발에는 3000억원가량이 투입된다. 당분간 적자 경영을 감수해야 한다. 전기차 출시 등 전동화 전환도 필요한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 할 자금력이 관건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2026년까지 5년~6년 동안 4종~5종의 차종을 출시하면서 최소 절반 이상은 5만대 이상 판매가 되도록 히트를 기록해야 쌍용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고, 신차 개발을 위한 자금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쌍용차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티볼리' 수준의 신차가 나와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5년 출시된 티볼리는 출시 첫해 6만4000대를 팔아 2004년 렉스턴(5만4000대) 이후 단일 차종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경신했다. 또 2016년 쌍용차는 티볼리 인기에 힘입어 9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이후 2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쌍용차는 2019년 5세대 코란도 이후 이렇다 할 신차가 없다. 이마저도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했다. 최근 출시된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은 전용 전기차가 아니다 보니 주행거리가 짧아 경쟁력이 떨어진다.
다만 쌍용차는 신차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J100'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개발이 완료돼 오는 6월 말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를 통해 티볼리, 코란도, J100, 렉스턴으로 이어지는 SUV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코란도 이모션을 필두로 한 전동화 전환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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