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아니라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필요하다
2025-07-30 06:00:00 2025-07-30 06:00:00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찬성론자는 저평가된 대한민국 증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통한 감세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대론자는 분리과세에 따른 감세혜택이 자산가들에게만 집중되기 때문에 부자감세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쟁점은 증시 활성화를 위해 부자감세를 용인할 수 있는지 여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24년 국세통계에 따르면 ’23년 귀속 금융소득 종합과세 신고자는 33만 6246명이며 이들의 금융소득금액 중 배당소득은 21조 7392억 4백만원(전체 종합소득 신고금액 74조 9131억 3000만원의 29.2%)인 것으로 확인된다. 그런데 자산가라고 할 수 있는 배당소득 1억원 초과자는 전체 금융소득 종합과세 신고자의 13.47%인 4만 5295명이지만 배당소득 합계액은 총 배당소득 신고액의 약 79.4% 수준인 17조 2704억 6300만원에 달한다. 범위를 더 좁혀서 슈퍼리치(즉 대주주)로 볼 수 있는 배당소득 5억 원 초과자는 총 6882명(금융소득 종합과세 신고자의 약 2.05%, 전체 종합소득세 신고자 1148만 1360명의 약 0.06%)인 반면 이들의 배당소득 신고액은 12조 3327억 4300만원(전체 금융소득 종합과세대상 배당소득의 약 56.73%)으로 집계되었다.
 
배당소득을 수취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들 중 극소수의 인원이 대부분의 배당소득을 가져가는 구조라는 점이 잘 드러난다. 그러므로 이들 슈퍼리치에게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경우 배당소득 관련 세수는 거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즉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의 대부분이 극소수의 슈퍼리치에게 귀속될 것은 명확해 보인다.
 
한편 기업이 배당성향을 제고하면 그 혜택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통해 모든 국민이 혜택을 본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기업이 주주에게 배당하는 것은 경영성과를 주주에게 분배하는 당연한 절차일 뿐이다. 따라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시행하자는 것은 마치 법인세나 상속세를 인하하면 투자와 고용이 증가하면서 경기가 좋아진다는 과거 윤석열정부의 감세논리와 다를 바 없다. 또한 기업의 배당성향을 제고하기 위하여는 대주주에게 감세 혜택을 부여할 것이 아니라 대주주가 사익을 목적으로 배당을 유보하여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상법 등 관련 법령을 먼저 개정해야 한다.
 
예컨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도록 하거나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등 공정한 자본시장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지 기업의 배당성향이 낮다는 이유로 대주주의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하는 것은 슈퍼리치에 대한 새로운 감세논리에 불과하다. 굳이 배당성향 제고를 목적으로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면 ‘초과유보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다시 입법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일찍이 배당과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정유보초과소득에 대한 법인세(법인세법 시행령 제93조, 2001.12.31. 폐지)’가 있었고 최근에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법인세법 제56조 등, 2017.12.31. 폐지)’를 시행한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에서도 고의적으로 주주에 대한 배당을 회피하는 C corporation으로서 유보소득이 $250,000(제조업은 $150,000)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유보소득에 대하여 20%의 법인세율로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IRC §531~§535).
 
즉 기업가들의 천국이라고 불리우는 미국에서도 배당(또는 투자)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초과유보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부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어 분배를 유도하는 정책’이라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작동하지도 않고 작동한 적도 없는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증시 활성화의 마중물은 공정한 자본시장을 조성하는 것이지 세법개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호림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한국세무학회 부학회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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