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삼성화재(000810)가 자동차보험통합보상부 규모를 점차 확대하면서 자회사인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이하 애니카손사)에 대한 구조조정 조짐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통합보상부가 맡는 업무가 늘어나면서 기존에 자회사가 수행하던 일감이 분산되는 상황입니다. 그 여파로 애니카손사 인력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애니카손사 내부에서는 자회사를 상대로 한 점진적 구조조정이자 횡포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삼성화재, 내부 손해사정 규모 확대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지난 2023년 6월 자동차보험 부문 내에 특화보상팀을 신설했습니다. 출범 당시 특화보상팀은 △특화보상지원파트 △클레임서비스보상 1~3부 △자동차보험통합보상 1~3부 △특화보상 1~3센터 등 총 9개 부서 및 센터로 구성됐습니다. 이 중 자동차보험통합보상 1~3부는 자동차 사고 발생 시 대인보상 업무와 대물보상 업무를 통합해 처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삼성화재는 기존에 대인보상 업무와 대물보상 업무를 각각 분리해 운영해왔습니다. 대인보상 업무는 삼성화재 내부에서 수도권보상팀과 지방보상팀이 담당했고, 대물보상 업무는 자회사인 애니카손사가 담당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삼성화재는 대인·대물 보상 업무를 아우르는 자동차보험통합보상 1~3부를 신설해 업무 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통합보상부가 확대되면서 대물보상 업무 일감이 분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통합보상부를 기존 3부에서 5부로 조직을 키웠습니다.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계약 건수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부서가 늘어나면 애니카손사에 배정되는 업무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보유 건수는 △2022년 713만건 △2023년 654만건 △2024년 619만건 등으로 매년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보험 건수가 감소하는 와중에 본사 조직이 일감을 나눠 가지자 애니카손사 내부에서는 불만이 쌓이고 있습니다. 애니카손사 관계자는 "모회사가 대인보상 업무 외에 대물보상 업무 영역까지 일방적으로 침탈하고 있다"면서 "삼성화재의 대물보상 업무를 주관해오던 애니카손사 1400여명 임직원에 대한 구조조정 시도가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그는 "본사가 일감을 가져가니 직원들 내부에서는 불만이 쌓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애니카손사 직원들이 이번 사안을 점진적 구조조정으로 의심하는 배경에는 과거 삼성그룹 내에서 벌어졌던 '삼성전자서비스 수리센터 축소 사태'가 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1998년
삼성전자(005930) 내부 서비스사업부가 분리돼 설립된 자회사로, 삼성전자 제품의 수리 및 유통을 담당했습니다. 그러나 2012년 대대적인 경영 합리화 조치에 따라 본사 사무조직과 인력이 대폭 축소됐고, 수리센터 운영 방식도 전면 개편됐습니다. 개편 당시 삼성전자서비스 해운대센터, 아산센터, 이천센터 등이 줄줄이 폐업하면서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한 바 있습니다.
삼성화재는 통합보상부 확대가 소비자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일 뿐 애니카손사를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기존 자동차 사고 시 보험사에 접수를 할 때, 대인 담당자와 대물 담당자가 나눠져 있어 소비자 불편 사항이 있었다"면서 "소비자 니즈에 맞춰 손해사정 담당자 한 명이 대인·대물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부서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내부에서 일하는 직원은 20~25명 내외"라며 "애니카손사가 담당하고 있는 일감에 비해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애니카손사 손해사정사 채용 축소
애니카손사 노동조합은 지난 23일 임금 및 단체 협상이 결렬된 이후 교섭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교섭 중단의 배경에는 '동일노동-동일임금' 요구 외에도 통합보상부 운영에 대한 불만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통상임금 확대 적용 △임금 인상률 5.9% △모회사와 초과이익성과급(OPI) 동일 기준 적용 △임금피크제 개선 △신입사원 채용 등을 요구했습니다. 이 가운데 신입사원 채용 요구는 통합보상부 신설과 맞물려 있습니다. 애니카손사는 지난 4년간 정규직 손해사정사 채용 규모를 대폭 줄였지만, 삼성화재 통합보상부는 3부에서 5부로 규모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노조는 통합보상부 확대가 애니카손사 출범 당시 내세웠던 손해사정 전문성 강화라는 설립 취지와도 어긋난다고 주장합니다. 애니카손사는 1998년 삼성화재 내부 손해사정 부서에서 분사된 자회사로, 대물손해사정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실제로
DB손해보험(005830),
현대해상(001450), KB손해보험 등 자동차보험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보험사들도 대물손해사정 업무를 자회사에 분산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물보상 업무를 전담해왔던 자회사가 아닌 경험이 부족한 본사 부서를 확대하면 보상서비스 품질과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입니다. 삼성화재가 통합보상부를 통해 미지급보험금에 대한 임의 면책을 확대해 지표 조작 창구로 악용할 가능성도 제기합니다. 보험금 지급 면책 범위를 임의로 넓혀 보험금 지급 책임을 줄이고, 손익 지표를 왜곡한다는 의미입니다.
최원석 애니카손사 노조위원장은 "애니카손사에서 손해사정사 신입사원 채용을 대폭 줄이면서 인력이 매년 자연 감소하고 있다"면서 "삼성화재는 효율화를 목적으로 통합보상부를 신설해, 우수 협력업체와 연계된 비교적 쉽게 처리 가능한 물건을 가져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보험금 추정액을 임의로 계산해 손익 지표를 조작할 수 있는 '셀프 손해사정' 가능성도 보인다"며 "통합보상부에 대한 전문성, 악용 가능성 등 의혹에 대해 국회와 당국의 특별조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최원석 애니카손사 노조위원장은 통합보상부의 전문성, 악용 가능성 등 의혹에 대해 국회와 당국의 특별조사를 요청한다고 예고했다. 사진은 애니카손사 노조 간부들이 광명 테이크호텔에서 확대 간부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애니카손사 노조 제공)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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