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시가 자체 발주 공사현장의 ‘직접 시공’ 범위를 확대한다. 시공 능력이 없는 부실 업체 진입을 막겠다는 취지인데, 공사 기간에 일시 채용으로 하도급을 피해가려는 이른바 ‘꼼수 입찰’을 막으려면 상위법 개정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투자·출연기관 발주 건설현장은 토목·골조 공사 등 안전과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공사들은 ‘직접 시공’ 대상이 된다. 직접 시공은 건설업자가 하도급을 주지 않고 직접 인력·자재(구매 포함)·장비(임대 포함) 등을 투입해 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방안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일 신림-봉천터널에 방문할 당시 “공사현장의 안전문제가 대부분 하도급에서 생기고 있기 때문에 직영 공사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건설현장에선 여전히 사고가 이어지고 있고, 특히 지난 1월 발생한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등 건설 현장에서의 대부분의 안전사고가 고질적인 하도급 관행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시공 능력이 없는 부실업체를 걸러내기 위한 서울시의 직접 시공제 도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해 지난 2006년에도 직접 시공제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직접 시공계획을 평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후 2013년 노량진 수몰사고, 2015년 사당체육관 붕괴사고, 2016년 구의역 사고 등 중대재해가 꾸준히 발생하자 서울시는 2016년 하도급 공사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시 발주 공사는 입찰 단계부터 시와 직접 계약을 하는 제도를 2019년까지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서울시의 입찰 요건 강화일 뿐, 상위법인 건설산업기본법은 ‘직접 시공’ 의무대상의 기준을 100억원 이하로, 시행령에선 70억원 미만으로 각각 규정하고 있다. 직접 시공 비율도 3억원 미만의 공사에만 50%가 적용되며 금액이 커질수록 이 비율은 점차 줄어든다. 이에 서울시는 ‘직접 시공’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공 의무 대상을 모두 100억원 미만으로 상향하는 시행령 개정을 건의 중”이라며 “도급금액에 따라 직접 시공 비율을 차등 적용하는 것도 도급금액에 관계없이 모든 공사는 일괄적으로 50% 이상 ‘직접 시공’이 적용되도록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법령 개정이 추진돼도 관행처럼 만연했던 하도급이 크게 줄어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도 암암리에 서류상 하도급을 피할 수 있는 방법들이 업체 규모를 불문하고 시도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낙찰 업체가 공사 기간에 맞춰 원래는 하도급으로 돌리던 인력을 직접 고용 형태로 서류를 맞춰갈 경우, 이를 잡아내고 처벌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일 신림-봉천터널 건설현장을 방문해 중대재해 예방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서울시)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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