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본회의 통과…금융권도 긴장
2025-08-25 14:10:24 2025-08-25 16:59:48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하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금융권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습니다. 노란봉투법으로 노동조합의 권한이 강화하면서 현재 주 4.5일제 도입이나 임금 및 단체협약을 두고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금융사들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회사에 노조를 두고 있던 금융사들의 경우 앞으로 쟁의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사측 "파업 쉬워져 소비자 피해 볼수도" 
 
25일 국회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이 전날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정부는 향후 6개월간 경영계와 노동계의 목소리를 폭넓게 반영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현장에서 제기되는 주요 쟁점과 우려 사항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입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대상 확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 △사용자 범위 확대 등 노조의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쟁의행위 범위를 임금·노동시간뿐만 아니라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까지 확대했습니다. 기존에는 법적으로 쟁의행위 사유가 '노동조건'으로 한정돼 파업 사유가 제한적이었지만, 앞으로는 해고·구조조정·단체협약 등을 사유로 쟁의행위가 가능합니다. 기업이 강제적인 해고와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단체협약에 성실히 임하지 않으면 노조는 쟁의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파업에 참여한 개인에게 과도한 손해배상이나 가압류를 청구하는 방안을 제한한 것도 큰 변화입니다. 노동조합법 제43조에 따르면 노조가 쟁의행위 기간 해당 사업과 무관한 인력을 채용하거나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파업이 발생하면 기업의 손해는 불가피합니다. 이 때문에 기업은 피해액을 산정해 쟁의행위 참가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개인에게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노란봉투법은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해 노조의 쟁의행위 부담을 완화했습니다. 
 
만약 기업이 개인에게 과도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노조나 개인 등 배상 의무자는 법원에 배상액 감면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금융사가 노조의 존립을 위협하거나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금지됩니다. 
 
현재 금융권의 노사 간 주요 쟁점은 주 4.5일제 도입, 임금 및 단체협약 등이 꼽힙니다. 노조의 쟁의행위 부담을 덜어주는 법안이 통과하면서 그동안 평행선을 달리던 협상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여러 현안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노란봉투법을 두고 금융사와 노조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 금융사 노조 관계자는 "기업과 노조 간 협상에서 항상 낮은 위치에 있는 건 노조였다"면서 "노조가 마음대로 파업을 할 수도 없었고, 파업을 하더라도 내부에서도 눈치가 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보는 눈도 많고 파업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아서 노조가 노란봉투법을 악용하면서까지 파업을 남발하는 불상사는 드물 것"이라며 "불합리한 협상 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법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금융사 측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을 시행하면 기업은 노조에 비해 힘이 크게 악화한다"면서 "노조의 파업 부담이 줄어 횟수가 잦아지면 소비자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기업의 권한을 방어할 수 있는 법안도 함께 검토돼야 할 것"이라며 "노란봉투법만 시행하면 노사 간 법적 분쟁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자회사 노조 둔 금융사 '비상'
 
이번 개정안으로 사용자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자회사에 노조를 둔 금융사들은 특히 부담이 커질 전망입니다. 개정안은 노동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노동조건을 사실상 지배·결정하는 경우 사용자로 간주하도록 했습니다. 하청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도 실질적 사용자(원청)를 상대로 교섭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한 조치입니다. 
 
금융권의 대표적인 자회사 노조는 △KB금융(105560)노조협의회 △우리금융(053000)노조협의회 △IBK자회사노조협의회 △삼성생명(032830)서비스 노조 △삼성화재(000810)애니카손해사정 노조 △삼성화재서비스손해사정 노조 △삼성카드(029780)고객서비스 노조 △한화생명(088350)금융서비스 노조 등이 있습니다. 
 
그동안 원청인 모회사는 하청 성격을 띠는 자회사 노사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별도 회사라는 이유로 자회사 노사 갈등이 발생해도 사실상 방관해왔는데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회사 노조가 모회사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모회사는 교섭에 응할 법적 의무가 생깁니다. 노조의 단체교섭 활동이 자회사 대표이사 선에서 머물지 않고, 모회사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모회사의 노무관리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한 노조 관계자는 "금융사 자회사들은 보통 모회사의 사업비를 갖고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자회사 대표이사도 교섭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면서 "앞으로 교섭을 모회사에 요구해 실질적인 교섭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방관해왔던 모회사들은 자회사 노사 관계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 7월 국회 본청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후퇴 저지, 온전한 노조법 개정 쟁취'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사진=금융노조)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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