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금융당국이 생명보험사들과 함께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망보험금은 원래 보험계약자가 사망한 뒤 유가족이 수령하는 '사후 소득'이지만, 살아 있는 동안 일정 기간 나눠 받을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는 것입니다. 국민연금 개시 연령이 늦춰지면서 노후 소득 공백 문제를 완화하고, 생활자금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소비자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76만명 사망보험 유동화 대상
금융위원회는 19일 사망보험금 유동화 추진 상황 점검 회의를 열어 은퇴 이후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수령 전까지 발생할 수 있는 소득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보험 계약 약 75만9000건이 해당하며, 규모는 총 35조4000억원에 달합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로 선정된 사안으로 금융당국은 지난 3월부터 주요 생보사들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032830), 교보생명,
한화생명(088350), 신한라이프, KB라이프 등 5개 생보사는 오는 10월 보험계약자가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활용할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가 시행되면 보험계약자는 과거에 가입한 연금전환 특약이 없는 종신보험도 연금 형태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사망보험금을 연금 형태로 받으려면 별도 특약에 가입해야 했고, 그마저도 일부 보험사가 출시한 상품에 한정돼 있었습니다. 앞으로 해당 특약을 일괄적으로 부가한다는 점에서 수혜 대상자가 크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사망보험금을 연금 형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해당 종신보험이 금리 확정형이어야 하고, 보장하는 사망보험금 규모가 9억원 이하여야 합니다. 계약 기간과 보험료 납입 기간이 모두 10년 이상에 보험계약자가 보험료를 완납한 경우에만 전환이 가능합니다. 또한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해야 하고, 신청 시점에 보험계약대출 잔액이 없어야 합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시 수령 기간과 유동화 비율은 계약자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유동화 비율은 최대 90%까지, 수령 기간은 최소 2년 이상 연 단위로 설정 가능합니다. 만약 연금 수령 도중 계약자가 사망할 경우 남은 금액은 사망보험금과 함께 유족에게 지급됩니다. 또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노후 자금 마련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보험사 입장에서도 일시적으로 크게 책정되는 사망보험금을 줄일 수 있어 건전성 지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유동화 가능 연령 65세→55세 확대
금융당국은 제도를 처음 발표할 당시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적용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출생연도별로 △1953~1956년생 61세 △1957~1960년생 62세 △1961~1964년생 63세 △1965~1968년생 64세 △1969년생 이후 출생자는 65세로 점차 늦춰지면서, 직장 은퇴와 국민연금 개시 시점 사이에 소득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금융당국은 은퇴 이후 생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사망보험금 유동화 가능 연령을 기존 65세에서 55세로 확대했습니다.
또한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12개월치 연금 금액을 일시에 지급하는 연지급형과 월지급형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생보사들은 오는 10월 12개월치 금액을 일시 지급하는 '연지급형'을 우선 신설하고, 내년 초 '월지급형'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입니다. 10월 중 연지급형으로 유동화를 실시한 경우에도 추후 월지급형으로 변경 가능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소비자에게 사망보험금 유동화 대상임을 개별적으로 통지하라고 강조한 만큼 금융당국은 해당 방안의 구체적인 시행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생보사들은 유동화 가능한 종신보험을 보유한 계약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을 통해 대상자임을 통지할 예정입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 운영 초기에는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대면 영업점을 통해서만 유동화 신청을 받을 계획입니다. 보험사별로 사망보험금 유동화 전담 안내 담당자를 배정해 철회권과 취소권도 보장합니다.
다만 사망보험금을 유동화할 경우 해당 계약을 통해 실제로 지급받는 총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2088만원을 납입해 '사망보험금 1억원'을 보장받는 55세 가입자가 20년 수령, 70% 유동화를 선택할 경우 연금 수령액 약 3274만원, 사망보험금 3000만원으로 연금과 사망보험금을 합쳐도 1억원에 미치지 못합니다. 유동화를 하면 해당 시점을 기준으로 예정이율 적용 기간이 짧아지고, 사망보험금이 아닌 해약환급금 성격을 갖기 때문에 총 수령액이 줄어듭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0월 우선 시행하고 전산이 마련되면 추후 상품을 확대할 것"이라며 "앞으로 참여하는 보험사도 늘어나면서 수혜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은 국민연금 수령 개시 시점이 늦춰지는 것을 고려해 사망보험금 유동화 가능 연령을 기존 65세에서 55세로 낮췄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모습. (사진=뉴시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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