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대선에 출마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폐지론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섣부른 주장이라고 지적한다.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맞지만 출범한지 1년여밖에 안 돼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으로 봐야하고 그런 만큼 공수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공수처의 존폐를 논하기보다 온전히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윤 후보와 안 후보는 대선 기간 내내 공수처를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달 초 자신의 페이스북에 '즉시 폐지' 뜻을 밝혔던 안 후보는 지난 25일 TV토론에서도 "통신사찰, 실망스러운 수사 능력을 볼 때 공수처가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며 "공수처는 폐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지난 14일 사법분야 공약을 발표하면서 "고위공직자 부패 사건 수사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독점적 지위를 규정하고 있는 (공수처법의) 독소조항을 폐지하고 정치 편향적인 공수처를 정상화하겠다"며 "공수처가 정치화된 데서 벗어나지 못하면 폐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각적이지는 않지만 상황에 따라 공수처를 없앨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25일 서울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정치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사진=연합뉴스)
윤 후보가 말하는 독소조항은 공수처법 24조로 해석된다. 공수처법 24조에는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사건의 이첩을 요구하는 경우 해당 수사시관은 이에 응해야 하고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할 수 있다고도 돼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는 신생기관이라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고 시민사회의 비판·비난을 받으면서 성숙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누가 당선 되도 임기가 끝나는 시점쯤에나 재평가를 해야지 지금 무력화하는 방향을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공수처 폐지 논의에 앞서 역량 강화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장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 설치에 반대를 했었지만 기왕 만들었으니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인력 등 규모를 키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수한 사람들이 모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생 조직의 특성상 업무 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공수처 검사의 임기도 짧아 수사경험이 많은 인력이 관심을 두기 어려운 구조란 지적이다. 공수처 검사는 7년 이상 변호사 자격이 있으면 할 수 있는 데 임기가 3년이고 3회까지 연임할 수 있다.
차장 검사를 지낸 다른 변호사는 "공수처 사건은 모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큰 사건인데 수사경험이 부족하면 당연히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전체 인원의 절반 정도는 검찰 출신 중 경험이 많고 수사를 잘하는 '에이스' 검사와 수사관을 등용해서 3~4년은 수사기법과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수처의 중립성 등을 위해 시민사회가 견제·평가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교수는 "인적·물적 자원을 보강하는 것은 기본이고 시민적 감시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민주적 대표성을 갖춘 인사로 구성하고 심의권을 부여하는 위원회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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