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에도 국내 제조업의 자동차 부품, 반도체, 금속 등 관련 재고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의 제고가 쌓이는 현상은 경기 둔화 요인이 아닌 원자잿값 급등, 코로나19 여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 차질에 따른 여타 중간재의 출하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감염병 확산기로 인해 이동량이 줄면서 연료 판매 감소도 석유제품 판매에 영향을 줬다.
한국은행이 8일 발간한 'BOK-최근 공급차질 및 감염병 상황이 제조업 재고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분기 이후 국내 제조업의 재고는 자동차 부품, 반도체, 금속, 석유제품, 화학공업제품 등에서 상당폭 증가했다.
작년 3분기 기준으로 국내 제조업 재고 증가율은 전분기보다 8.2% 증가했다. 이는 2012년 4분기 이후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로 경기 둔화기에 수요가 감소하면서 재고가 늘어났던 과거와 달리 견조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공급차질 및 감염병 확산의 영향이 크다는 게 한은 측의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재화 수요가 크게 증가한 반면 생산차질, 물류지연 등으로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하반기 국내 제조업 재고는 오히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대단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예컨대 자동차 생산 차질은 완성차 재고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재고 증가 배경에 대해 한은은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 차질에 따른 여타 중간재의 출하 감소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동남아 지역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 차질이 국내외 완성차나 정보통신(IT) 기기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차량용 부품과 강판, 메모리 반도체 등 여타 중간재의 재고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관련 제품의 출하가 감소한 점도 지적됐다. 철강·화학제품의 경우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제품 가격 상승 탓에 출하가 감소하면서 재고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철광석, 유연탄, 원유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한 가운데 철강의 경우 중국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생산량 축소로 단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감염병 확산기 이동량 감소에 따른 연료 판매가 둔화된 점도 원인으로 꼽혔다. 지난해 3분기 이후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화하면서 이동량이 줄었고, 이는 곧 경유, 휘발유 등 석유제품 판매 둔화의 원인이 됐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이후 코로나19 확산기(1~3차)마다 이동성 지표가 하락하면서, 석유제품의 출하가 줄고 재고는 늘어나는 모습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제조업 재고 증가는 일반적인 경기 둔화기에 주로 나타나는 수요 감소보다는 감염병 위기의 특성에 주로 기인한다"며 "이를 감안할 때 최근 재고 증가가 향후 제조업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향후 재고 변화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면서도 "앞으로 글로벌 공급 차질이 완화되고 감염병 상황이 개선될 경우 차량용 부품 등 중간재 출하가 되살아나면서, 제조업 재고 흐름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8일 발간한 'BOK-최근 공급차질 및 감염병 상황이 제조업 재고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이후 국내 제조업 재고는 자동차 부품, 반도체, 금속, 석유제품, 화학공업제품 등을 중심으로 상당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해 9월 28일 서울 시내 한 공업사에서 작업자들이 일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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