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KB금융(105560) 자회사인 KB국민은행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새 상품 판매 활동 강화로 빈축을 사고 있다. 일부 지역본부들은 판매 목표치를 설정하고, 직원들이 대출을 받아 해당 상품에 가입하는 등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어윤대 회장, 민병덕 행장이 직접 홍보한 상품인데다가 구조조정까지 앞두고 있어 직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자비를 털어 상품에 가입하고 있다.
◇ "4영업일만에 10만 계좌 돌파"
문제가 된 상품은 '와이즈 플랜 적금&펀드'. 지난달 16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이 상품은 지난 2일 기준 약 24만계좌, 1266억원이 팔렸다.
<와이즈 플랜&적금 좌수금액 추이>
날짜 |
액수 |
계좌수 |
8. 19 |
439억 |
110,093 |
8. 26 |
907억 |
192,487 |
9. 2 |
1266억 |
238,281 |
(자료 = 국민은행)
출시 나흘만에 10만 계좌를 넘은 건 이례적인 일. 지난 19일부터 2일까지 출시 보름만에 계좌 수는 두 배, 액수는 세 배 가까이 늘었다.
◇ 지난달 16일 어윤대(오른쪽) 회장과 민병덕 KB국민은행장(왼쪽)은 서울 명동영업부에서 상품 출시 관련, 신규 가입신청을 하는 행사를 가졌다.
하지만 이런 급증세의 배경에는 지역본부별 지점 강제 할당 등의 정책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민銀 지역본부들, 토너먼트 식 과당경쟁"
KB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초기 10만 계좌 중 8만 계좌는 거의 직원들이 자비를 들여 계좌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KB국민은행 30개 지역본부들이 토너먼트 식으로 경쟁하다 보니 영업 압박이 심했다는 얘기다.
서울의 한 지역본부의 경우 지역내 점포를 주단위로 확인하면서 주당 액수 9000만원, 계좌 300좌 이상 신규 개설 등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한 경우 매일 유선으로 실적을 보고토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와이즈 적금 & 펀드' 의 경우 적금과 펀드 계좌를 동시에 만들어야 한다. 적금의 경우 최소 1만원, 펀드는 10만원 이상 돼야 계좌개설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소 11만원이 필요하다.
이 관계자는 "결국 몇몇 직원의 경우 대출을 받아 자기 명의 계좌를 만드는 등 압력이 심하다"며 "이같은 압박에 대한 불만을 인식했는지 최근 주요 경영현안에 '와이즈 적금&펀드'신규 유치가 빠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좌 쪼개기(동일인 명의로 여러 계좌에 가입하는 것)도 금지돼 친인척은 물론 친구, 지인 등 여러 명을 동원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가족이나 친구 등 지인들이 예적금을 몰래 해지해버리면 결국 은행원이 고스란히 손해 볼 가능성도 있다.
◇ 은행 실적 개선 도움 안 돼
금융권에서 특정 상품 유치 캠페인을 종종 벌이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국민은행의 경우 새 경영진 출범에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앞두고 있어 직원들의 압박이 더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어윤대 회장, 민병덕 행장 등 새 경영진이 이례적으로 함께 홍보행사에 나선 상품이다 보니 몇몇 지역 본부에서 과당 경쟁이 일어났다는 얘기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 역시 "최근 들어 신규 유치 등 실적에 대한 압박이 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2005년 임직원의 10% 수준인 2200여명을 퇴직시킨 바 있는 국민은행은 내년 상반기까지 '희망퇴직'을 통해 그룹 내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본점 차원에서 이와 같은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며 "지역본부별로 과당경쟁이 벌어지다 보니 몇몇 본부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한 것 같다"고 밝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보통 상품 유치 캠페인을 할 경우 제일 잘 하는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줘 자발성을 끌어내야 한다"며 "모든 직원들이 얼마씩 해오라는 강제성을 띌 경우 은행 직원이 본연 업무에 충실하지 못할 뿐더러 은행 효율성에도 좋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등 감독 기관에서도 이같은 사안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적발해 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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