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재명 대 윤석열, 기존 양강 구도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까지 가세한 2강1중 구도로 대선 판세가 바뀌었다. 안 후보는 3강 구도로의 전환을 꾀하지만 급등세가 주춤하며 힘에 버거운 모습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안 후보가 완주할 경우 보수 분열과 이로 인한 필패를 염려하며 단일화 카드를 만지작거리지만, 안 후보의 지지층을 분석하면 정반대로 이재명 후보에게 악재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윤 후보는 제1야당의 이점을 살려 보수층의 표심을 대부분 잠식한 상황에서 젠더 갈등마저 다시 꺼내들며 이대남(20대 남자) 표심까지 휘어잡았다. 이준석 대표가 말하는 대전략 '세대포위론'의 일환이었다. 갈라치기 당한 나머지 2030 표심과 윤 후보만큼은 지지하지 못 하겠다는 중도층 표심이 이 후보로 향하는 길목에 안 후보가 버티고 섰다. 이 후보가 박스권에 갇히며 정체를 보이는 이유다. 물론 이재명, 윤석열 두 사람에 대한 비호감이 3지대에 선 안 후보를 돋보이게 한 측면도 있다. 이 후보로서는 '안철수' 존재를 호재로 보기보다 악재로 보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26일 <뉴스토마토>가 최근 두 달간 '미디어토마토'와의 정기 여론조사 결과(매주 실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결과가 나온 지난 11일 조사부터 각 후보들의 20·30대, 중도층 지지율이 어느 정도 고착화되는 흐름이 이어졌다. 특히 윤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이에 따른 반사효과는 이 후보가 아닌 안 후보가 누렸다. 윤 후보의 지지율 상관관계에 이 후보가 아닌 안 후보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한 지표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부인 김미경 교수가 23일 부산 사하구 장림골목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 후보의 급등세가 나타난 이달 11일부터 18일, 25일 3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20대 지지율의 경우, 이 후보는 각각 22.6%, 18.9%, 21.9%를 기록하며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사이를 오갔다. 윤 후보는 40.9%와 48.3%, 40.2%로, 40%대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안 후보는 15.6%, 14.6%, 19.7%로, 10%대 중후반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안 후보의 경우, 지난 4일 평균 지지율이 6.6%일 때도 20대 지지율은 14.8%로, 10%대 중반이었다. 지지율의 원천적 힘이 20대에 있음을 증명했다.
이달 4일에서 11일 사이 윤 후보의 20대 지지율이 20.4%에서 40.9%로 껑충 뛸 때 안 후보의 지지율은 14.8%에서 15.6%로 소폭 올랐다. 윤 후보 지지율이 18일에서 25일 사이 48.3%에서 40.2%로 하락했을 때도 안 후보의 지지율은 14.6%에서 19.7%로 상승했다. 윤 후보 지지율의 상승·하락 여부에 크게 관계 없이 안 후보 지지율이 일정하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이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큰 틀에서 하락세였다.
30대 지지율의 경우, 윤 후보는 지난달 21일에서 이달 4일 사이 29.3%에서 23.0%로 떨어졌지만 안 후보는 5.5%에서 9.0%로 올랐다. 4일과 11일 사이 윤 후보 지지율이 23.0%에서 33.3%로 상승했을 때도 안 후보 지지율은 9.0%에서 14.5%로 상승했다. 윤 후보는 11일에서 18일 사이 33.3%에서 39.0%까지 상승했고, 안 후보 지지율도 14.5%에서 16.3%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이 후보의 30대 지지율은 계속해서 하락세였다.
이 후보로서는 이대남을 중심으로 2030 표심이 점차 윤 후보에게로 몰리는 상황에서 남은 표심을 어떻게 가져오느냐가 1차적 과제로 꼽힌다. 눈엣가시는 안 후보의 존재다. 안 후보는 기존 자신의 지지층을 굳건히 다지며, 윤 후보에게서 돌아선 표심까지 흡수하는 등 20·30대의 고정 지지층 확보를 늘려가는 모습이다. 이 후보로서는 안 후보가 지지세 확장을 가로막는 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2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도층 표심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비슷했다.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하락과 관계없이 안 후보의 중도층 지지율은 점차 올랐다. 지난달 21일에서 이달 4일 사이 윤 후보의 중도층 지지율이 31.0%에서 25.5%로 하락했을 때 안 후보의 지지율은 7.9%에서 9.7%로 올랐다. 이후 윤 후보의 지지율이 두 차례 연속 상승해 34.5%에 달했을 때도 안 후보의 지지율도 19.9%까지 올랐다. 18일에서 25일 사이 윤 후보가 34.5%에서 38.8%로 올랐을 때 안 후보의 지지율은 19.9%에서 16.1%로 하락했지만 10%대 중반 지지율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이 후보의 중도층 지지율은 줄곧 하락세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 후보 측은 20·30대, 중도층을 중심으로 한 지지율 흐름에 대해 동의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가 자부하고 있는 그런 쪽의 청년층 표심에 대해서는 등락의 폭은 있다고 보이지만, 저희 쪽에 온 표가 원래 그 표가 아니었다"며 "안 후보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층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중도, 무당층이라고 표현되는 분들의 마음은 정당의 대표를 뽑는 게 아니라 한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면에서 안 후보가 훨씬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 중도, 무당층 분들이 많다"고 했다.
이 후보 측은 안 후보의 청년 표심을 경계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 기반해서 (20·30대 중) '반민주당', '비윤석열' 이런 분들이 (안 후보 쪽으로)가 있는 것"이라며 "안 후보의 (20·30대) 표에 대해서 저희가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윤 후보의 청년 표심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다시 가져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관계자는 "윤 후보의 20대와 30대 표가 고정됐다고 보지 않는다"며 "현재 있는 표도 언제든지 윤 후보가 역발진을 하면 빠질 수 있는 표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 후보의 지지율이 일정 정도 유지되는 데 대해 "중도층과 청년세대 등 안 후보의 확실한 지지 기반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후보 입장에서는 남은 대선 과정에서 안 후보의 청년세대, 중도층, 여성 지지층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느냐 여부를 관건으로 봤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 후보의 대응책으로 안 후보와의 물리적인 연대, 또는 안 후보의 지지층이 이 후보로 올 수 있도록 반윤석열 전선 강화가 필요하다"며 "안 후보 지지층은 적어도 윤 후보 쪽으로는 안 가는 MZ세대, 여성, 중도층이다. 이 후보로서는 반윤석열 성격을 더 강화하면서 관련 정책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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