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회사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전직 건설사 직원이 개인적 이득을 챙기지 않아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키거나 발생시킬 염려가 있다는 인식이 없거나, 조성 행위 자체가 불법 이득 의사를 실현시켰다고 보기 어렵다면 업무상 배임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검찰 상고를 기각했다.
이어 "비자금은 영업비용 외에 각종 행사경비, 현장격려금, 본부장 활동비, 경조사비, 민원처리와 재해보상비 등에도 사용되었다"며 "이런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은 회사의 원활한 운영과 회사 임직원의 관리, 거래처와 유대관계 유지 등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회사와 관련이 없거나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토목사업본부 기획팀장이던 A씨는 지난 2008년 5월 본부장 지시를 받고 하도급업체 대표에게 골프장 공사 하도급을 주고 공사대금도 올리는 대가로 20억원 리베이트를 요구했다. 계약 체결 때 원청이 공사대금을 부풀려 하청에 지급하고 이를 다시 회수하는 방식이었다. 리베이트 약정이 반영된 하도급 계약 금액은 355억8000만원이었다.
대표는 골프장 공사 하도급을 받은 뒤 2009년 8억원을 분할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토목사업본부는 이전부터 공사 수주에 필요한 영업활동비와 행사비, 현장격려금과 경조사비 등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자금 조성과 집행 과정은 대표이사에게도 보고됐고, 이에 관여한 임직원들은 해당 자금을 회사 자금으로 인식하고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원청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청으로부터 거액을 받아냈고 하청업체 대표가 리베이트 관련 횡령죄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점 등이 양형 이유였다.
다만 A씨가 본부장 지시로 부외자금 조성과 수수 등에 관여하기 시작한 점, 해당 자금을 개인 용도로 쓰지 않은 점, 이 사건으로 직장을 떠나게 된 점 등이 참작됐다.
반면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문제 된 8억원이 회사 현장 관리비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조성돼 회사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아니고, A씨가 이 돈을 보관하다가 본부장 지시에 따라 현장 경비로 집행한 점 등이 판단 근거였다. A씨가 대상업체 선정이나 자금 규모 결정 등에 관여하지 않아 부정 청탁 받을 위치에 있거나 청탁 받지도 않은 점, 8억원에 대한 처분권이 없어 재산상 이익을 얻지 않은 점도 원심을 뒤집은 이유였다.
대법원 청사. 사진/대법원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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