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몰래 내연녀 집에서 간통…대법 "주거침입 무죄"(종합)
전합 "통상적 주거 출입이라면 주거 평온 해친 것 아냐"
이기택·이동원 대법관 "같이 사는 남편 의사에 반해" 반대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 인정한 기존 판례 변경
2021-09-09 16:06:39 2021-09-09 16:07:11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남편 없는 사이에 내연녀 집에 들어가 간통행위를 했더라도 주거칩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주거자인 간통녀의 승낙을 받고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들어갔다면 죄가 안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9일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출입했는데도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종전 판결은 이 판결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한다"고 밝혔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불륜 목적의 주거침입 사건 상고심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들어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관 13명 중 무죄 11·유죄 2명
 
쟁점은 외부인이 한 주거지에 같이 사는 사람 중 한명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지에 들어갔을 경우 다른 주거자의 의사에 반한다면 주거침입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 중 9명이 무죄 의견을, 2명이 다수의견에 대한 별개 의견을 냈다. 주거침입이 인정된다고 본 대법관은 2명이었다. 
 
재판부는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사적 생활관계에 있어서 사실상 누리고 있는 주거의 평온, 즉 '사실상 주거의 평온'으로서, 주거를 점유할 법적 권한이 없더라도 사실상의 권한이 있는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적 지배·관리관계가 평온하게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고 전제했다.
 
또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해야 한다"면서 "침입이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진/뉴시스
 
"출입 반대한다는 것만으로 침입이라 볼 수 없어"
 
재판부는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모습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라며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거주자의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건처럼 외부인의 주거 출입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주거에 들어간 것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A씨가 내연녀와 간통할 목적으로 주거지에 출입한 것은 부재 중인 내연녀 남편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기 때문에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이 대법관 등은 "공동주거의 경우에도 공동거주자 각자가 개별적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공동거주자 중 부재중인 거주자도 독자적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고, 그에 관한 보호법익이 침해된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반대의견 "남편 주거 평온 침해한 이상 주거침입"
 
또 "외부인이 다른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더라도, 부재중인 거주자가 그의 출입을 거부했을 것임이 명백하다면, 부재중인 거주자의 주거에 대한 사실상 평온이 침해된 것이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7월과 8월 사이 3회에 걸쳐 내연녀가 남편과 함께 사는 집에 들어가 부정한 행위를 했다. A씨가 내연녀 집을 찾은 것은 남편이 없는 오전 시간이었고, 그 때마다 내연녀는 A씨에게 현관 출입문을 열어줬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내연녀 남편이 주거침입죄로 고소하면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처로부터 승낙을 받았기 때문에 피고인이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같은 이유로 주거에 침입한 것으로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설령 피고인의 주거 출입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인 피해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것이 명백하더라도 그것이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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