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제 시대, 안녕들하십니까?)②공짜 점심은 없다…힘 키운 플랫폼, 수금 본색 드러내
키카오T 택시·바이크, 요금 인상 나섰다 이용자 반발에 철회
"투자금 회수위해 수익 추구 필요해" vs "과도한 가격 정책은 규제 필요성 야기"
2021-09-10 06:00:00 2021-09-10 06: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 30대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배달 주문을 하려다 배달팁이 6000원이란 안내에 배달 주문을 포기하고 직접 밥을 해먹는 쪽을 택했다. 평소 2000~3000원 수준이었던 배달팁이 메뉴 하나 가격 만큼 높아진 탓에 직접 요리를 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60대 주부 B씨는 요즘처럼 외출이 쉽지 않다고 느낀 적이 없다. 택시를 타는 것만 해도 예전처럼 길가에서 손을 흔들어 세우는 택시가 손에 꼽을 만큼 드문 데다, 앱을 통해 가까스로 호출을 해보려해도 호출 택시의 종류와 천차만별의 가격에 무엇을 선택해야 할 지 혼란스럽다. 
 
카카오T 택시를 호출하면 다양한 형태의 택시를 선택할 수 있다. 사진/김진양 기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서비스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기업들은 본격적인 수금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무료 혹은 소액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요금 인상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수료가 더해진 서비스 이용 가격은 결국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지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용자의 저항에 한 발 물러나는 수를 뒀지만 가격 인상 논란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이들의 행위에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수수료 인상 논란은 카카오모빌리티가 호되게 겪었다. 지난달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택시의 스마트호출 비용을 기존의 정액제(1000원)에서 탄력 요금제로 변경했다. 요금 범위는 최대 5000원으로 설정했다. 비슷한 시기 카카오T 바이크 요금은 기본요금을 폐지하는 대신 분당 추가 요금을 100원에서 150원으로 조정했다. 
 
이에 이용자들은 즉각 반발했고, 회사도 일단은 백기를 드는 모양새를 취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스마트호출 탄력요금제의 범위를 최대 2000원으로 낮췄고, T 바이크 요금제도 "이용자의 부담이 늘지 않는 방향으로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용료 개편으로 서비스 이용에 혼란과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인 카카오 모빌리티는 "당사 서비스의 사회적 영향을 보다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몸을 낮췄다. 
 
벤처·스타트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두고 "투자자들의 이익 회수 압박에 직면한 카카오의 조급함이 빚어낸 해프닝"으로 평가했다. 카카오모빌리티뿐 아니라 국내 대부분의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들은 외부 투자에 기대 외형을 키워왔다. 일정 규모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매출도 어느 정도 낼 수 있는 사업자가 되면서 적자를 털어내야 한다는 미션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선 기업들의 이윤 추구가 달갑지 않다.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감내하는 것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정도를 벗어난 가격 책정은 서비스 이탈 등의 저항을 야기할 수 있다. 과거 무리하게 유료화를 추진하던 플랫폼들이 도태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친다.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의 저자 강성호 금융위원회 서기관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오래된 플랫폼인 신용카드 업계에서 규제의 힌트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정부는 신용카드사의 수수료율을 3년마다 재산정하고 있다. 수수료의 범위는 업종별로 차등적으로 정해진다. 
 
강 서기관은 "카카오T나 배민 같은 플랫폼들은 다수 업체들의 경쟁이 일어나야 마땅한 '멀티호밍(multihoming,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것)' 시장이지만 사실상 독점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며 "플랫폼 시장의 독점이 영원할 수는 없겠지만 제2의 카카오, 제2의 배민이 나타날 때를 대비해서도 규제는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 서기관은 다양한 규제 방안들을 제시했다. 우선은 △기존 카드사들에 대한 규제를 벤치마킹한 직접적인 가격 통제에 나서고, 더 나아가서는 △플랫폼 기업들을 타깃으로 하는 특별 소비세를 신설하거나 이들에 대한 법인세를 인상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플랫폼 기업들이 망 사용료를 지불해 소비자들의 데이터 요금 부담을 덜어준다든지, 다양한 부가 서비스 발굴로 수익 모델을 다양화 하는 것 등도 대안적 아이디어로 언급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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