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기자로 활동 중이지만 연예계 폭로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은 보지 않는다
. 개인적 정신 건강을 위해서다
. 하지만 그들의 인기는 내 취사선택과는 무관할 정도 폭발적이다
.
인기 원동력은 이럴 것이다. ‘사실일까?’란 호기심을 대중에게 던진다. 뭐가 됐든 상관없다. ‘카더라’ 통신에 버금가는 기괴함으로 은근슬쩍 빠져나가면 그만이다. 어떤 상황이 와도 수익과 직결된 구독자 수만 늘리고 유지하면 된다. “이게 전부일 것 같지?”란 떡밥도 필수다.
이들 채널 또 하나 특징. ‘제보’란 단어가 정말 많이 등장한다. 온라인 발달과 ‘디지털 퍼스트’ 일반화 시대에선 제보는 하기도 쉽고 받기도 쉽다. 하지만 실제 언론계 종사자라면 제보의 실체와 희소성·허위성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20여 년 기자 생활 동안 ‘경천동지’할 제보를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기사화될 가치가 적다’는 것뿐이었다.
‘어떤 사람이 제보할까’를 생각해 보면 답은 간단하다. 주로 억울한 이들. 그 중 실체가 알려져야 할 선의의 피해자도 있지만 일방적 피해를 봤다 주장하는 이들이 다수다. 처음 들으면 솔깃하지만 쌍방 취재와 팩트 체크를 하면 기사화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일부 유튜브 채널은 제보만으로 폭로를 한다. 당사자 입장이나 사실 관계 여부, 전후 맥락 따윈 상관없다. 제보가 들어왔으니 만천하에 알린다. 물론 제보만으로 운영되기엔 한계도 있다. 그럴 땐 이슈를 만든다. 일단 만들어 터트리고 사실이 아니면 “아니었답니다”란 한 마디로 끝낸다.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 동안 구독자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수익도 증가한다.
이 같은 방식은 포털사이트가 만들어 낸 언론 생태계가 사실상 원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포털사이트가 쥔 ‘뉴스 콘텐츠 노출 권한’은 제도권 매체의 ‘게이트키핑’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약화시킨다. 이미 제도권 매체가 포털 무한 권력 속에 기생된 종속 상태가 된지 오래다. 보다 더 자극적이고 보다 더 주목도가 높은 뉴스 콘텐츠가 포털사이트에서 주요 부분을 채운다. 이를 기반으로 포털사이트는 유입자수를 늘리면서 막대한 이득을 취한다. 이런 생태계 순환 구조가 유튜브 채널 영역으로 전염됐다.
이젠 ‘폭로(유튜브)→기사화(포털 뉴스서비스)’ 공식이 굳어져 버렸다. 포털이 요구하고 만들어 버린 ‘온라인 무한 자극’은 그래서 제도권과 비제도권 양쪽에 각각 속한 매체의 자성을 요구한다. 하지만 자성만으로 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단 것도 모두가 안다. 포털이 장악해 버린 독점적 언론 시장은 대안 자체를 스스로 사멸시키는 구조가 된지 오래다.
다만 노력은 가능하다. ‘폭로’가 아닌 ‘보도’를 위한 기자 개인적 고민이 존중 받고, 그 고민을 제도권 언론사가 뒷받침하며, 마지막으로 소비자가 1차적 ‘게이트키핑’ 역할을 해준다면 분명 더 악화되는 건 막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인 포털이 장악 중인 언론 시장의 비정상적 독점 구조를 막아야 한다. 포털의 생리가 전파시킨 유튜브 폭로와 포털에 어쩔 수 없이 종속된 언론 보도. 분명 분리되고 구분돼야 한다. 그리고 고리도 끊어야 한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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