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쌍용자동차가 대규모 구조조정 대신 최대 2년간 무급휴직을 시행하는 자구계획안을 마련했다. 노조의 고용보장 요구를 받아들여 제2의 쌍용차 사태를 방지하고 지금처럼 노사가 합심해 경영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다만 인수 희망업체의 자금 동원력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실제 매각까지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003620)는 전날 노조 대의원과 팀장급에게 자구안 내용을 설명했다. 자구안에는 인적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않는 대신 직원 절반을 대상으로 2년 동안 무급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다만 1년간 기술직 50%와 사무관리직 30%를 대상으로 적용하고 이후 판매상황을 고려해 무급휴직 유지 여부를 재협의하기로 했다.
또한 임금삭감과 복리후생 중단 기간은 2023년 6월까지 2년간 연장하며, 임원 급여를 추가적으로 20% 삭감하기로 했다. 미지급된 연차수당은 지급을 2년 연기하고, 미지급 급여와 임금삭감 금액은 기업회생절차가 끝난 후 순차적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노조는 2일부터 4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자구안을 설명하고 오는 7~8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자구안이 가결되면 쌍용차는 이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쌍용차가 구조조정 대신 무급휴직을 선택한 이유는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노조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 2009년 쌍용차 사태로 인해 2646명이 일자리를 잃었던 사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쌍용차 관계자는 “과거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무급휴직으로 고통을 분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쌍용차가 대규모 구조조정 대신 최대 2년간 무급휴직을 시행하는 내용의 자구계획안을 마련했다. 사진/쌍용차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자구안에 대해 “노조가 고용보장을 주장하면서 배수진을 쳤기 때문에 자구안에 구조조정 방안을 넣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 “다만 지금도 직원들이 급여의 50%만 받는 상황에서 무급휴직 기간이 길어진다면 자구안에 반대하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자구안이 노조 찬반투표에서 가결되더라도 쌍용차의 실제 매각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용원 법정관리인은 최근 노조에 △6월 말 매각입찰 공고 △7월1일 회생계획안 제출 △7월 말 인수의향서 접수 △8월 말 예비 실사 △9월 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10월 말 가격협상 등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영회계법인의 조사보고서 제출 기한이 당초 오는 10일에서 30일로 연기되면서 이후 일정도 순연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인수 후보자 선정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를 비롯해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 에디슨모터스, 전기차 업체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인수 의향을 밝혔다. 다만 HAAH오토모티브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자금 동원력 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인수 후보군의 대다수는 쌍용차를 인수할 능력이 없다”면서 “쌍용차의 고정비용이 매우 높다고 평가된다는 점에서 매각협상 과정 중에 구조조정 이슈가 부각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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