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510조 투자발표에도 미지근한 반응 '왜?'
슈퍼사이클 정말로 올까?…미중 반도체 키우면 K-반도체 미래는
2021-05-17 01:00:00 2021-05-17 01: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정부와 반도체 업계가 사상 최대 규모의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증시의 반응은 뜨듯 미지근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폭은 크지 않았고 반도체 생태계에 속한 중소형주들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14일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 상승하며 8만원 선을 회복했다. SK하이닉스도 장중 2%대 상승세를 보이다가 0.85%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이들 반도체 대표 종목들의 주가 강세는 하루 전 정부와 함께 발표한 대규모 투자 계획에 영향 받은 것이다. 13일 정부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만들기 위한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반도체 생태계에 속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이 2030년까지 총 510조원을 집중 투자해 경쟁국이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확보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도 K-반도체 벨트 구축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정부는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높이고 전력과 상하수도 인프라 구축을 돕는 등 각종 세제혜택과 기반시설 지원으로 이를 뒷받침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현재 992억달러인 반도체 수출 규모를 2030년까지 2000억달러로 키우고 고용인원도 총 27만명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510조원 투자 규모 중에서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에 투자하는 금액이 171조원을 차지한다. 이는 삼성전자가 2019년에 발표한 133조원에서 38조원 증액한 것이다. SK하이닉스도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 설비투자를 위해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공장에 1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현재 조성 중인 용인공장에 2025년 첫 신규 공장을 건설한 후 10년간 120조원 추가로 투입해 총 23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초대형 투자 계획이 발표됐는데도 다음날 주식시장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반도체 소부장 관련주들 다수가 오르기는 했으나 대형 호재에 비해 상승폭은 크지 않았고 눈치보기도 심했다. 
 
반도체 장비주 중에서는 코미코(10.00%)와 한미반도체(9.50%), 유진테크(8.89%)의 상승폭이 눈에 띄는 정도였다. 주성엔지니어링(7.91%), 원익IPS(6.47%), 티씨케이(6.82%)도 6%가 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상승률이 5% 미만인 종목 수가 훨씬 더 많았으며, SK머티리얼즈(0.89%), 솔브레인(1.92%), 동진세미켐(3.17%) 등 주요 소재부품주들은 이보다도 약했다. 중소형주 특유의 레버리지 효과를 감안하면 호재에 반응한 결과치고는 기대에 못 미치지는 결과였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이날을 포함해 4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동반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도 비슷하게 팔았다. 
 
이와 같은 반응은 현재 반도체 섹터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반도체 업종은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는 동시에 걱정거리도 안고 있다. 
 
과연 슈퍼사이클이 올 것인가에 대한 회의론이 가장 크다. 반도체 가격이 올라도 물량이 받쳐줄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 원가 상승도 부담이다. 최근 TSMC가 전월보다 감소한 4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충격이 더 컸다.  
 
기존 플레이어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변수도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인텔, 엔비디아, 퀄컴 등 반도체 업체들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AT&T, 시스코, GE, 버라이즌 등 IT공룡기업들이 대거 참여한 로비단체 SAC가 결성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들은 곧바로 미국 정부에 자국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500억달러의 예산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이번주 20일엔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업체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열 예정인데 여기에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도 참여한다. 이 회의는 한미정상회담 하루 전에 열리는 것이어서 그 결과가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미칠 파장에 업계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이어 반도체 주요 소비국인 미국이 반도체를 전략물자로 분류해 자국 내에 투자를 늘리고 밸류체인을 키우겠다는 의도여서 삼성전자 등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의존도가 높은 소부장 기업들에겐 긴장할 만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반도체 장비사들은 전 세계적으로 낸드(NAND)가 감산되던 2019년에 보릿고개를 지났는데 올해에 이어 2022년에도 실적 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이왕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뿐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고객사들과 접점을 확대하는 장비업체, 메모리 외에도 비메모리향 장비 매출 비중이 늘어나는 업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