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사상 첫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채택을 놓고
LG디스플레이(034220)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실현되면 장기적으로 양측 모두에 '윈윈(Win-Win)'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와 고위 경영진 협상을 통해 TV용 대형 OLED 패널 납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소식이 나온 이후 삼성전자는 "사실무근"이라며 진화에 나섰고 LG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공급 건 등으로 양측 임원이 만나는 것을 확대해석한 게 아닐까 싶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번 만남은 OLED TV를 만들지 않겠다던 과거 삼성전자의 자세를 생각할 때 그 자체만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1월 한종희 삼성전자 사장은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 당시 "(향후 OLED TV 생산을) 절대 안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삼성은 당시 미진한 수준의 OLED 기술력이라면 진출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며 여지를 남겼다. 업계 관계자는 "OLED TV 시장 진출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삼성전자의 자세가 지난해부터 다소 달라졌다"고 했다.
특히 최근 무섭게 치솟고 있는 LCD 패널 가격은 삼성이 OLED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가 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55인치 4K LCD 패널 가격은 200달러(약 22만3500원)로 115달러(약 12만8500원)였던 지난해 동기 대비 74%나 급증했다. 업계는 이 흐름이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 대비 높은 가격을 주고 LCD 패널을 구매해 TV를 만드는 만큼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LCD 패널 외 다른 방안을 검토하려고 해도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준비하고 있는 퀀텀닷(QD·양자점) 디스플레이는 아직 양산 단계가 아니며 수율 문제도 남아 있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8.5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입장에서 OLED 패널 선택은 중국 업체에 밀린 LCD 의존에서 탈피해 디스플레이 선택지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LCD 외 다변화를 노리는 삼성전자로서는 QD 외에도 OLED 등 다양한 카드를 고민하고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3년만 해도
LG전자(066570) 밖에 없었던 OLED TV 세트업체는 현재 19개까지 불어난 상황이다. 올해에는 지난해 대비 60% 이상 출하량이 늘며 총 560만대 규모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갈수록 성장하는 OLED 마켓의 가치 상승은 삼성을 자연스레 시장으로 이끄는 이유가 될 수 있다.
OLED TV 파이를 키우려 노력 중인 LG전자 입장에서도 세계 TV 판매 1위 삼성전자의 참전은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OLED TV 시장은 전체 대비 2.2%(수량 기준)까지 성장했으나 아직 갈길이 멀다. 삼성전자라는 확실한 TV 세트업체가 OLED에서 꾸준히 자리를 잡는다면 시장 파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나쁠 게 없다. 업계 관계자는 "LG 입장에서는 당연히 좋은 소식"이라고 했다.
디스플레이 분야 세계 3대 학회에 모두 석학회원으로 등재돼 있는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확정된다면 삼성과 LG 모두에 윈윈이 될 수 있다"며 "과거 양사가 서로 경쟁하면서 세계 TV 시장이 커졌는데 이번에 삼성의 참전이 현실화할 경우 OLED 시장이 지금보다 더 팽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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