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은경 기자] 정부로부터 배출권을 할당받은 국내 상장사들의 탄소배출권 자산 규모가 3년 만에 2.4배 증가했다. 그러나 배출권을 사고 판 거래내역 등을 충분히 공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상장법인의 온실가스 배출권 재무공시 현황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정부로부터 배출권을 할당받은 상장법인 중 상위 30곳의 작년 배출권 자산은 5237억원으로 2017년(2163억원)보다 142.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배출부채는 6574억원에서 7092억원으로 7.8% 늘었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 업체를 대상으로 배출권을 유·무상으로 할당하고 해당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허용한다. 기업은 정부에서 할당받은 배출권의 여분 또는 부족분을 거래소에서 매매하고 거래내역을 회계처리해 재무제표에 반영한다. 배출권 매입액은 배출권 자산으로, 배출권 제출의무 이행을 위한 소요액 추정치는 배출부채로 회계처리된다.
배출권 자산이 급증한 것은 정부의 배출권 무상할당량이 줄면서 기업이 거래소에서 배출권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배출권 거래량은 2017년 2630만톤에서 4390만톤으로 66.9%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배출권의 연평균가격은 톤당 2만9604원으로 2015년 대비 약 3배 상승했다.
박형준 금감원 회계관리국장은 "유상할당분이 증가하는 2021년부터는 배출권 자산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배출권 할당량 감축 계획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초과 사용에 따른 배출부채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탄소배출권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발급하는 것으로, 지난해 정부는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2050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3년 간 온실가스 배출량 연평균 총량이 12만5000톤이상인 업체를 대상으로 배출권을 유상, 무상으로 할당하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기업은 거래소에서 자유롭게 배출권을 매매할 수 있다. 온실가스 할당량보다 초과 배출하면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며 온실가스 배출이 적으면 반대로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
배출권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배출권 관련 주석공시 등 해당 내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조사 결과 배출권 거래 내역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은 곳이 분석대상 30개사 중 9개사에 달했다. 이들 9사는 의무공시 사항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반면 온실가스 배출권과 배출부채의 주석 요구사항을 모두 기재한 상장사는 6개사에 그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 세계 배출권 거래시장이 확대되고 기업의 배출권 익스포저 증가로 일관된 회계처리가 중요해 졌다"며 "공시 모범사례를 안내해 상장사, 회계법인 등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
김은경 기자 si9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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