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산유국들의 증산 결정과 이란발 석유 공급 증가가 예상되면서 국제유가의 60달러선이 무너졌다. 지난달까지 이어진 유가 상승 기조를 타고 1분기 호실적이 예고된 정유사들도 하반기에는 불확실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이란 핵합의 회의를 앞두고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5일 기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4.56% 하락한 배럴당 58.65달러,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 보다 4.17% 하락한 배럴당 62.1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2월초 배럴당 60달러선을 돌파한 이후 지난달 중순에는 배럴당 70달러에 육박한 수준까지 상승했지만 다시 배럴당60달러 전후까지 떨어졌다.
충남 서산 현대오일뱅크 공장 전경. 사진/현대오일뱅크
이는 하반기 시장에 석유 공급이 대거 풀릴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완화하면서 이란발 석유 공급량이 증가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CNBC는 ING의 워런 패터슨 원자재 분석가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제거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이란의 석유 수출을 늘릴 수 있다"며 "이미 이란 공급량이 늘고 있으며 올해 4분기에는 하루 공급량이 30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지난 2일 열린 'OPEC+(OPEC과 산유국들의 협의체)' 이달 회의에서 그동안 유지했던 자발적 감산 계획을 단계적 철회한다고 발표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OPEC+는 지난해 4월부터 유가 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하루 970만배럴을 감산해왔다. 이후 8월에 감산량을 770만배럴로 줄였고 최근에는 700만배럴까지 줄여가고 있었다.
하지만 5월부터는 하루 35만배럴, 6월에는 35만배럴, 7월에는 45만배럴씩 공급량을 차츰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즉 7월이 되면 OPEC+ 회원국들의 산유량이 하루 약 215만배럴 추가되는 셈이다. 특히 가장 적극적으로 감산에 참여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5월 25만배럴, 6월 35만배럴, 7월 40만배럴씩 공급을 늘려 올해 초부터 시행한 하루 100만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도 정유사들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유가 상승 기조 속에서도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 회복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공급과잉 우려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경기 회복에 따라 원유 수요도 어느 정도는 끌어올려질 것이라는 기대에 하방 지지선은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석유 수요 자체가 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유가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은 힘겨워 보이고 여전히 키를 쥐고 있는 산유국들이 지나친 상승도 하락도 용인하지 않는 선에서 조정에 나설 것"이라며 "유가가 지난해처럼 통제 못할 수준의 저점까지 내려가지는 않고 50달러대 선이 평균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수에즈 운하를 아무도 예측 못했듯이 중동의 전쟁, 미국 지역의 여름 허리케인 등 돌발 변수는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까지 이어진 유가 상승세에 따라 이번 1분기 정유사들의 실적은 견조할 전망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기대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은 1분기 853억원을 기록해 5개 분기만에 흑자전환할 전망이다. 에쓰오일도 직전 분기 대비 3배가량 증가한 251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비상장사여서 전망치가 따로 집계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일제히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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