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기관이라더니…저축은행, 소액대출 '외면'
'빅5' 저축은행 소액대출 규모 5685억…전년비 4.3% 하락
2021-04-04 12:00:00 2021-04-04 12:00:00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저축은행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소액대출' 잔액은 오히려 감소하거나 비중이 줄었다서민금융기관을 표방하면서도 코로나19 국면 속 어려운 서민을 위한 대출은 등한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주요 저축은행에서 300만원 이하의 소액대출 취급 규모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저축은행 점포. 사진/뉴시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산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페퍼·웰컴)의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568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 대비 4.3% 하락했다. 지난해 대출 수요 확대로 대출잔액이 급증한 것과 상반된 양상이다. 소액대출은 300만원 이하로 취급된 개인신용대출이다.
 
소액대출 잔액 자체가 감소한 업체는 OK·웰컴·페퍼저축은행 등 3곳이었다. 업계 2OK저축은행의 감소폭이 제일 컸다. 2568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13.4% 줄었다. 뒤를 이어 웰컴저축은행은 11.4% 하락한 1283억원을 기록했다. 페퍼저축은행은 8.8% 감소한 104억원으로 집계됐다.
 
SBI·한국투자저축은행은 전년보다 소액대출 잔액이 늘었다. 다만 전체 대출잔액에서 소액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 사실상 감소한 것과 다름없었다. SBI저축은행의 지난해 소액대출 잔액은 1495억원으로 전년 대비 25.9% 상승했다.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9%로 전년 말 대비 0.02%포인트 하락했다.
 
한국투자은행도 지난해 소액대출 잔액은 235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늘었지만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9%포인트 감소한 0.63%를 기록했다.
 
이처럼 주요 저축은행이 지난해 최대 대출수익을 거둔 것과 달리 소액대출 취급을 줄이자 서민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서민과 취약차주의 금융 접근성을 고려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산정에서도 제외해 취급 부담을 덜어줬다.
 
업계에선 코로나 장기화로 부실 리스크가 커지면서 대출심사를 강화한 영향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정책으로 부실 위험이 일시에 커질 수 있는 만큼 연체율 관리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기업대출 비중을 늘린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이외에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저신용자의 대출 수요가 일정 부분 상쇄됐다는 것도 원인으로 짚었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건전성이나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소액대출이 감소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신용대출은 대부분 소액이라서 재난지원금 주요 수급자와 이용층이 겹치는 경향이 있다""재난지원금으로 소액신용대출 사용이 줄어드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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