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지주계 저축은행의 지난해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거부된 우량고객을 흡수하며 이자수익이 급증한 탓이다. 오는 7월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기점으로 중금리 대출 시장을 선점해 상위 업권까지 진출하겠다는 야심까지 드러내고 있다.
지주계 저축은행이 연계 대출로 우량 차주를 확보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저축은행 지점. 사진/뉴시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지주계 저축은행이 우량 고객 확보하면서 순이익이 일제히 증가했다. 하나저축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4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5.5% 증가했다. 4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은 가운데 가장 높은 신장률이다.
신한저축은행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16.6% 상승한 27억원으로 집계됐다. KB저축은행은 전년보다 19.3% 상승한 173억원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우리금융 계열사로 편입 전이지만 지난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상 111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이처럼 지주계 저축은행의 실적이 모두 개선된 것은 시중은행 대출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 덕이다. 시중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당국 주문에 따라 신용대출 한도를 낮추고 금리를 높인 바 있다. 최근에도 전세자금 대출 우대금리를 축소하면서 연체율 관리에 돌입했다. 그러면서 은행에서 대출이 거부된 이용자들을 저축은행으로 유도했다.
실제 지주계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고신용자 대상 대출 비중이 늘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연이율 10% 이하 대출 취급 비중은 △NH 47.5% △KB 18.3% △신한 17.8% △하나 0.73% 등을 기록했다. SBI, OK 등 업계 상위 저축은행이 0~2%대인 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훨씬 크다.
이들은 오는 7월 시행되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기점으로 업계 5위권에 안착하겠다는 목표까지 세우고 있다. 현재 지주계 저축은행은 현재 자산 기준 10위권에도 못 들지만 중금리 대출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KB저축은행은 내후년까지 상위 5위권 내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모바일앱 '키위 뱅크' 활성화로 2023년까지 중금리대출 비중을 56%까지 확대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목표 순이익은 680억원이다.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높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올해 목표 순이익을 126억원으로 설정했다. 디지털 기반을 확대하고 그룹 내 편입을 조기 안착해 우량 고객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달에는 연리 최저 5.9%에 해당하는 우리은행 연계 대출상품을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우리금융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이용이 어려운 고객에게 선택권을 줄 상품을 제공할 것"이라며 "대출신청, 심사, 송금 모두 비대면으로 실행하는 자동대출 서비스를 올해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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