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단일화 뿐이다. 4월 7일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등을 뽑는 재보궐선거 이야기다. 범여권과 범야권 모두 후보 단일화에 목을 메고 있다. 범여권은 박영선 후보로 이뤄졌고, 범야권은 20일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우여곡절 끝에 단일화룰에 합의하고 조만간 최종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속내는 다 비슷하다. 누가 더 유리한가다. 경쟁력이냐 적합도냐 그리고 유선전화냐 무선전화냐. 모두 본인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올 개연성이 높은 쪽으로 전략을 꾸리다 보니 지지부진한 협상만 이어졌다. 여기에 후보들은 정책보다 상대 후보의 과거 행적에 대한 비판에만 집중하고 있다. 내가 더 시장에 적합하다가 아니라 당신이 더 부적합하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셈이다. 그런 탓에 '저의 공약은'이나 '저의 정책은'으로 시작되는 토론은 실종되고 상대를 향한 비방만 열거하고 있는 게 지금의 후보들 모습이다.
물론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각 진영의 누가 후보가 되느냐다. 서울과 부산 모두 예상치 못한 불의의 사건으로 시장 자리가 비워졌다. 남은 임기라 해야 1년 조금 넘는 남짓이지만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은 정치인들에게는 꽤나 매력적인 자리다. 거대 도시의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사실상의 작은 대통령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영선, 오세훈, 안철수 모두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힌다. 그런 만큼 이들이 거대 도시의 행정을 경험할 수 있다면 대선 가도에 있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정책이 중요하다. 공식선거는 25일부터 시작되지만 이미 몇 달 전부터 각 진영의 후보군들이 나서면서 이런저런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는 곧 단일화 의제에 파묻혔다. 어떤 정책으로 서울과 부산을 바꿀것인지가 아니라 인물 즉 누가 후보가 되느갸가 더 중요해져버렸다.
누가 후보가 되느냐는 어느정도 결정이 되어간다. 이제는 서민 중심의 정책 공약 경쟁이 펼쳐졌으면 한다. 재래시장을 어떻게 활성화 시킬지, 헝크러진 교통망을 어떻게 정비할지, 재개발 등의 수단으로 주거 환경을 어떻게 바꿀지 등등이 후보간 경쟁의 테마가 돼야 한다. 또 상대 후보가 이러니 문제다라고 지적하기 보다 나의 정책이 이러하니 시민들께서 평가하고 판단해 달라고 외쳐야 한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힘든 시기다. 국가적 차원의 방역도 강력해야 하지만 지자체도 자체 방역과 의료시스템을 견고하게 운영해야 한다. 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고, 청년을 포함해 세대별 맞춤형 일자리도 창출해야 한다. 그린벨트와 같은 환경 문제와 난개발 방지 그리고 주택 공급과 기반시설 확충 등도 큰 과제다.
서울과 부산은 오래된 도시다. 게다가 수백만명이 사는 거대 도시다. 그런 만큼 주거나 문화, 교통, 복지, 교육, 환경, 보건, 산업, 일자리 등 손봐야 할 곳이 너무 많다. 시장이 추진하는 정책은 곧바로 시민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은 대선으로 가는 길의 중간역이 되어선 안된다. 정치인 개인으로서는 종착역이 돼야 한다. 그런 자세로 선거에 임하고 당선 후 시정에 임해야 도시가 발전한다.
공식 선거운동기간은 약 보름 정도다. 서울과 부산이 갖고 있는 현안에 대한 대책을 하나하나 밝히고 대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권대경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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