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재난지원금 효과 30%…"미국·대만보다 소비 증대 커"
2분기 GDP 민간소비 1.5% 증가
지원금 14조 중 매출 증가 효과 4조원
약국·안경점·음식점 휴폐업율 0.47~1.51%p 감소
"직접 지출 저감 효과는 감안해야"
2020-12-23 14:30:14 2020-12-23 16:49:10
[뉴스토마토 이정윤 기자] 올해 5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효과가 30% 발생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대면서비스 위주의 식당과 같이 매출 피해가 큰 업종의 경우 타업종에 비해 효과가 적었지만, 지원금 지급 후인 5월말 기준 카드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2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개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과 지급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차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인 2분기 국내총생산(GDP)의 민간소비는 1.5% 증가했다. 1차 재난지원금 14조2000억원 중 신용·체크카드 매출액 증가 효과는 약 4조원이었다.
 
이는 투입된 재원 대비 26.2~36.1% 수준이다. 금액의 대략 30% 정도의 직접적 소비증대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KDI는 이러한 소비 진작효과가 해외사례와 비교해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라고 봤다.
 
실제 대만이 2009년 지급한 소비쿠폰의 소비증대 효과(약 24.3%)보다는 높고, 미국이 2001년 세금감면으로 가계소득을 지원한 정책(20~40%)과는 유사한 수준이다. 전체 카드 매출은 코로나19가 확산되던 2월말 전년 동기 대비 –11.9%까지 감소했지만, 재난지원금 지급 후인 5월말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미루 KDI 지식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재난지원금 형태의 지급수단을 사용한 이후 본인이 원래 사용할 수 있었던 다른 소득에 대한 부분을 저축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 효과는 30%로 나타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 진작 효과를 시기별로 보면, 재난지원금 지급 직후 한 달간 효과가 매우 크게 나타났고 이후에는 효과가 작아졌다. 특히, 8월 초에 매출 감소 효과가 나타났는데, 이는 가계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직후(5월) 소비를 크게 증가시키는 과정에서 미래(8월) 예정된 소비계획을 미리 집행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재난지원금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휴폐업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1차 재난지원금의 사용처인 약국, 안경점, 음식점 등에서 지난해보다 휴폐업율이 0.47~1.51%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재난지원금 사용 불가능 업종인 유흥주점(0.5%p)과 노래방(0.7%p)의 휴폐업율은 여타 업종보다 높았다.
 
재난지원금 효과는 업종 간에 차별적으로 나타났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이전 매출 감소는 대면서비스(-16.1%), 내구재(-12.7%), 음식업(-10.1%), 필수재(2.1%) 등의 순이었다. 지급 이후에는 내구재(10.8%), 필수재 (8.0%), 대면서비스업(3.6%), 음식업(3.0%) 등의 순으로 증가했다.
 
내구재·준내구재·필수재에서 매출액 증대 효과가 컸지만, 코로나 타격을 직접 받은 대면서비스업·음식업은 매출액 상승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셈이다.
 
KDI 관계자는 "감염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해당 업종에 대한 소비활성화 정책은 방역 정책과 상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재확산에 따라 긴급재난지원금을 다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며 "경제주체별 피해 규모에 따른 자료를 사전 수집·분석해 피해계층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식별해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미루, 오윤해 연구위원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1차 재난지원금 효과와 관련해 “고용기회나 소득감소에 따른 국민의 소득을 일정 부분 보전하는 복합적 정책효과도 감안했다”며 “1차 재난지원금 효과가 소비 하나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지원금은 소상공인들의 매출 증가 및 소비개선에 기여했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라고 강조했다.
 
이정윤 기자 j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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