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고용승계, 매각 위로금 등 노사 현안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원데이(WON day)' 행사를 열어 빈축을 샀습니다. 이번 행사는
동양생명(082640)과 ABL생명의 우리금융그룹 편입을 환영하기 마련됐지만, 노조 집행부는 불참했습니다. 고용 승계 여부 등을 놓고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하는 상황에서 노조가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행사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임종룡을 위한 보여주기식 행사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316140)는 지난 11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우리금융그룹 편입을 환영하는 '우리원데이'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우리가 모이면 WOORI가 됩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두 보험사의 편입을 통해 우리금융이 종합금융그룹으로 완성되는 의미를 담아 진행됐습니다.
임 회장을 비롯해 동양·ABL생명 대표와 영업 우수 직원 등 각사 임직원 160명, 그룹 계열사 대표 및 임직원 121명 등 총 461명이 참석했습니다. 임 회장은 동양·ABL생명 직원들을 향해 "동양·ABL생명 모두 우리금융가족이 됐으니 이젠 서로가 서로의 피보험자"라며 "오늘은 두 보험사가 우리금융이라는 든든한 터전 위에서 진정한 한 가족이 된 날"이라고 말했습니다.
곽희필 ABL생명 대표는 "앞으로 우리금융그룹의 일원으로 편입된 만큼 그룹 시너지를 통해 영업도 더욱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노조와 좋은 소통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고용 승계와 매각 위로금 등 핵심 현안을 논의 중인 양사 노동조합은 '우리원데이'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행사에는 각 사 대표진과 초대받은 임직원들만 참여했다"며 "양사 노조는 행사에 참여할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해서 참석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우리금융이 '환영과 화합'을 취지로 행사를 개최했지만, 동양·ABL생명 노조가 제시한 △고용 보장 △임금·단체협상 승계 △인수 후 독립 경영 보장 △합병 시 노조 합의 △매각 위로금 지급 등 5대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해당 요구안은 이미 지난 4월부터 제시돼왔지만, 임 회장이 노조와 직접 대화를 시작한 것은 이달 초부터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일 임 회장과 양사 노조가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만나 각자의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어 8일에는 임 회장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본사를 직접 찾아 노조와 화합·소통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11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우리 WON Day' 행사에 참석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가운데)이 동양·ABL생명 직원 대표 4명에게 그룹 사원증, 명함, 휘장이 담긴 비즈니스 키트를 수여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 제공)
노조 총파업 초읽기
동양·ABL생명 노조는 지난달 총파업을 예고했습니다. 동양생명 노조의 파업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637명의 조합원 중 95.7%가 파업 개시에 찬성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투표율은 전체 조합원의 97.8%에 이릅니다. 현재 양사 노조는 파업권 확보를 위해 중앙노동위원회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쟁의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조가 강경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우리금융 측의 소극적인 교섭 태도가 있습니다. 양측은 지난 5월16일부터 6월 초까지 7차례 이상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우리금융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침묵과 회피로 일관해왔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입니다. 이에 양사 노조는 결의대회 등 투쟁 수위를 높여왔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습니다. 임 회장이 이달 초 노조를 직접 찾은 것도 노조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우리금융은 난감한 상황입니다. 노조는 중국 다자보험 측에 월 급여의 1200%에 달하는 매각 위로금을 요구했으며, 다자보험 부회장이자 동양생명 이사회 의장인 뤼셩 의장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이후 다자보험 측이 대화에 응하지 않고 사실상 협의 창구를 닫으면서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자보험의 '먹튀' 논란이 불거지자 그 여파가 우리금융으로 옮겨붙은 상황입니다. 노조는 지난달 우리금융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우리금융 역시 고용안정과 매각 위로금 지급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금융은 매각 위로금 지급과 관련해 매도자인 다자보험과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과거 보험사를 매각한 알리안츠생명, MBK파트너스 등이 매각 위로금을 지급한 전례가 있어 관행상 다자보험이 지급 주체인 셈입니다. 고용 승계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금융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노사 관계가 우리금융과 양사 노조 간의 직접적인 관계가 아니라, 동양생명과 ABL생명 각각 대표이사와 노조 간의 관계로 형성돼 있기 때문입니다.
노조 관계자는 "앞으로 잘해보자는 움직임이 보여서 대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한다"며 "아직까지 대화 단계에 머물러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우리금융-동양·ABL생명 편입 타임라인.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