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국내 주요 유통업체의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성장세를 보였지만, 백화점 부문만큼은 유독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였습니다. 온라인 중심의 유통 환경 변화와 내수 침체가 맞물리며, 백화점의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2025년 1분기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전체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한 반면, 백화점 매출은 오히려 2.1% 역성장했는데요. 이는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 부문 등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3월 국내 유통업체 매출동향표 (이미지= 뉴스토마토)
현대백화점은 1분기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 1125억원을 기록했으나, 이는 자회사와 면세점에서 발생한 매출 덕분이지, 백화점 사업 부문에서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전체 매출은 1조 981억원으로 증가했지만, 백화점 부문 매출은 0.8% 감소했죠. 롯데백화점도 1분기 매출이 8063억원으로 1.1% 줄었고, 국내 사업 매출은 1.4% 감소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0.8%, 9.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백화점의 부진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유통 산업이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백화점은 이러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죠.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다시 오프라인 매장을 찾지 않으면서, 기존의 고정 수요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 백화점은 단순한 상품 구매 공간이 아닌, 경험과 서비스 중심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백화점이 이러한 전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고가 소비 시장의 위축도 백화점 매출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환율 변동성 심화로 인해 해외 명품 가격이 들쑥날쑥해진 데다, 일명 ‘리셀’ 시장의 냉각으로 인해 되팔기를 염두에 둔 고가 브랜드 수요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백화점의 주요 매출원 중 하나였던 명품 브랜드의 실적 감소는 타격이 크죠.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전경. (사진=현대백화점)
외국인 관광객 회복세도 백화점 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4년 3월 외국인 입국자는 약 120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2019년 월평균 150만~160만명)에는 여전히 미달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의 회복이 지연되며, 외국인 VIP 수요가 많은 백화점 매출 구조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온라인 쇼핑몰과 이커머스 플랫폼은 다양한 할인 혜택과 빠른 배송, 간편한 결제 시스템 등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데요. 실제로 올해 1분기 온라인 유통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16.4% 증가하며, 전체 유통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백화점의 위기를 단순한 경기 침체 탓으로 돌릴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소비 패턴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유통 채널도 그에 맞는 디지털 전환과 전략적 리브랜딩이 시급하다는 분석이죠. 일부 백화점은 VIP 고객 대상의 프라이빗 쇼룸 운영, 온라인 라이브 커머스 강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 대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인데요.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커머스의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면서 백화점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VIP 고객을 타겟으로 한 명품 프로모션을 늘리고, 인기 있는 '핫플레이스' 구역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소비 양극화 역시 백화점 업계의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고가 수요와 실속형 소비가 공존하는 시대에 중간 가격대 브랜드는 설 자리를 잃고 있으며, 백화점은 이에 따른 입점 브랜드 재편과 매장 구성의 재정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입지와 브랜드로만 승부 보던 시대는 끝났다”며 “백화점의 생존 전략은 이제 고객과의 관계 재정립,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 그리고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달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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