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정치가 불신·혐오 만들어…노무현이 그립다"
피로감 극심…차기 대통령 덕목은 '소통·통합·협치'
2025-01-01 14:41:20 2025-01-01 14:41:20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김유정·김태은 인턴기자] '내란수괴 피의자' 윤석열 씨로 인해, 대한민국은 위기를 맞았습니다. 무능·독선·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로 일관했던 그는 자신에 대한 비판을 '반국가 행위"로 규정하고, 민주주의 체제 전복까지 시도했는데요. 총칼을 앞세운 친위 쿠데타에, 한국 사회 시계는 38년 전 군부독재 시절로 돌아갈 뻔했습니다. 
 
지난달 27일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역·광화문 일대를 찾아, 시민들에게 '정치 지도자의 덕목'을 물었습니다. 그들은 "다음 대통령은 '소통·통합·협치' 능력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혐오감은 어느 때보다도 컸는데요. '가장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으로 꼽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습니다.
 
 
'윤석열 트라우마'에…"가장 중요한 건 소통·통합" 
 
서울역에서 고등학생 딸과 동행하던 60대 여성은 "정치인은 유권자가 원하는 걸 다 이뤄주진 못해도, 최소한 무엇을 원하는지 얘기는 들어줘야 한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딸 또래의 학생들이 미래와 꿈을 논할 때마다 정치 얘기를 하는데, 완전히 비관적인 상태"라며 "정치가 젊은이 꿈을 키워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찌그러뜨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된다면 누구를 뽑겠냐'는 질문엔 "대통령감이 하나도 없다. 공약을 내세워도, 당선되고 나면 결국 지키지 않는다"고 일갈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무너져 가는 20·30대가 제대로 설 수 있게 하고, 함께 어우러져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대통령이 나오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다른 20대 여성도 지도자의 최우선 덕목으로 '소통'을 지목했습니다. 그는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고 '현실적 대안'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울산에 거주한다는 30대 여성은 "윤석열정부는 안보 위협을 고조시키고, 그걸 정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 대내적으로는 노동운동을 탄압했다"며 "모두가 격앙된 분위기에서, 평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평화를 구축할 수 있는 지도자의 조건으 '진정성·포용력'을 들었습니다. 그는 윤석열 씨 부부가 과거 SBS 'TV동물농장'에 출연한 사례를 거론하며 "동물복지에 관심 있는 척 홍보했다"고 평했는데요. 이어 "어떤 사안에 대해, 진정성을 가진 사람에게 인간미를 느낀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랬고, 노 전 대통령처럼 평화롭게 감싸안을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짚습니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30대 남성은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무엇보다 '통합'이 중요한 시점인데, 이 대표에게서 느껴지는 독선적이고 강경한 인상이 우려스럽단 의견입니다.
 
그는 "이 대표가 겨누고 있는 칼날이 언젠가 나에게로 향할 것 같은 느낌"이라며 "민주당은 지지자들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걸 알고, 함부로 대하는 듯하다. 이 대표 한 사람이 전면에 나서다 보니, 민주당에 정말 나와 가치관이 맞는 의원이 있는지조차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서울역과 광화문 풍경. (사진=김태은·김유정 인턴기자)
 
"뽑고 싶은 사람 없어…노무현 같은 대통령 필요"
 
이후 광화문에서 만난 40대 직장인은 "다음 대통령은 노무현 같은 사람이면 좋겠다"며 "윤석열과 비교해 보면, 더더욱 그렇다"고 했습니다. 윤 씨가 입법부와의 관계를 거부권(재의요구권)으로 파탄 내고, 국민과의 소통까지 거부한 채 자기만의 생각에 갇혀 있었다는 건데요. 
 
그는 "노 전 대통령은 권위적이지 않았고, 야당과도 협치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며 "정책적인 면에서도 미래를 내다봤다. 전시작전권을 환수해 자주국방을 이루려 했고, 수도를 옮겨 과밀화를 막으려 했던 진취적 대통령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또 다른 30대 후반 남성도 "노 전 대통령처럼 20~30년 후 중장기적 플랜을 구상하고, 설명할 줄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며 "윤석열정부는 그런 계획도 없고 심지어 역행하려 했다. 의대 증원, 대통령실 이전에서도 구체적 플랜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려 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자영업을 한다는 50대 남성은 "노 전 대통령은 국민과 지속적으로, 진지하게 소통했다"며 "정치 탄압도, 반대파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도 없었다. 연정 제안도 했다"며 "실제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학에 재학 중인 20대 남성은 '동덕여대 시위'로 촉발된 남녀 갈등을 언급했습니다. "이념·세대·젠더 갈등의 극히 일부분만 수면 위로 드러난 상태"라며 "남녀노소 통합을 이룰 대통령을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지하는 정치인은 없다"며 "누군가 대통령이 된다면, 공약을 보고 투표해 준 유권자를 기억하고 공약 이행에 진정성을 보여주면 좋겠다. 말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지웅 기자, 김유정·김태은 인턴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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