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지난해 초저가 공세로 국내 업계를 강타한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가 올해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이며 시장 장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쉬인 등 C커머스 플랫폼들은 국내 기업들이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높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우며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확대해 왔는데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와 함께 변화할 관세 정책으로 인해, C커머스 플랫폼들은 우리 시장 공략을 주력 목표로 삼고 수익성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유력시됩니다. 특히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의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그로기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유럽, C커머스 공습 대비 자국민 보호 방안 마련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유럽 등 선진 글로벌 시장은 C커머스 공습을 최대한 '경제 안보' 시각에서 접근하고 자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선 상태입니다. 이는 중국발 염가 폭격 행태가 자국 국민의 소비 종속 현상을 야기하고 유통 시장을 넘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인데요.
특히 이달 20일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60% 대중국 관세'를 공약으로 내건 만큼 C커머스 역시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입니다. 앞서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10~20%의 보편적 기본 관세를 매기고, 중국산의 경우 60%의 높은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트럼프는 이미 1기 집권 당시에도 중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며 '무역전쟁'을 촉발한 바 있는데요. 중국 입장에서 수출 상품에 무거운 관세가 매겨질 경우, 제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합니다.
유럽도 C커머스 규제에 나선 상황입니다. 지난해 7월 유럽연합(EU)은 150유로(약 22만원) 미만 수입품 대상 무관세 규정을 폐지했는데요. 초저가 중심으로 이뤄진 C커머스 제품들의 시장 난립을 막겠다는 의도입니다.
특히 이미 EU 집행위원회는 알리, 테무, 쉬인을 상대로 디지털서비스법(DSA) 상 더욱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는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VLOP)'으로 지정한 바 있는데요. 이들 플랫폼의 DSA 위반이 확정되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으로 부과될 수 있습니다.
C-커머스, 무방비 국내 시장에 '올인' 가능성 제기
미중 경쟁 심화와 유럽의 규제 강화로 해외 판로가 좁아지면서 C커머스 업체들의 공세도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C커머스 플랫폼 입장에서 우리나라는 최적의 선택지로 급부상할 수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문제는 C커머스의 시장 점유율 확대가 불가피해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위기감도 더욱 고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 온라인 업체들의 제품의 질과 신뢰도가 C커머스 제품 대비 월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저렴한 가격을 최우선 선택 기준으로 삼는 소비자들에게는 국내 제품의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국내 주요 종합몰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 수는 감소 추세입니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작년 12월 쿠팡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3259만8580명으로 1개월 전 대비 1.2% 늘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11번가는 736만1025명으로 17.2% 줄었고, G마켓도 528만2092명으로 6.1% 감소했습니다.
C커머스의 경우 지난달 알리는 898만5853명을 기록하며 7.1% 감소했지만, 테무는 812만9994명으로 무려 10.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테무의 경우 11번가를 밀어내고 4위에서 3위로 올라서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국내 유통 산업의 기초체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것도 악재인데요.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고물가·고금리 여파에 내수 침체가 심화했고, 여기에 지난달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사태로 불거진 정국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소비 심리는 극도로 위축된 상태입니다.
이에 업계는 대응 마련에 골몰하는 모습인데요. 한 국내 이커머스 기업 관계자는 "외부로 C커머스 공세는 물론, 내부로는 신세계그룹과 알리의 합작 법인 설립, 네이버의 도착 보장 서비스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올해 온라인 유통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지역 물류 인프라 및 배송망을 촘촘하게 확장하고, 직매입을 통한 철저한 품질 관리, 빠른 배송에 주안점을 두고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결국 상품, 가격, 트래픽, 편의성 등 이커머스의 본질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올해 이들 요소를 강화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트럼프의 핵심 정책 기조 중 하나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라며 "C커머스 입장에서는 미국에서의 사업 전개가 여의치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및 일본에 집중해 사업 포지션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트럼프의 중국 견제가 생각만큼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도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가가 더 오르는 곤란한 상황에 직면한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결국 교체된 것도 물가를 잡지 못한 원인이 큰데, 트럼프 역시 관세에 대한 부분을 마음대로 밀어붙이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화물 터미널 너머로 비행기가 이륙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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