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비씨카드가 22일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면서 케이뱅크의 지분구조 정리가 마무리되고 있지만, 영업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 경쟁자인 카카오뱅크와 격차가 크게 벌어진데다, 시중은행들과 차별화된 사업전략을 발휘하려면 대규모 추가 증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케뱅은 그동안 KT 주도의 자본확충이 어려워지면서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하는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다.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으로 케뱅 대주주 자격을 얻을 수 없었던 탓이다. 이에 KT 자회사인 비씨카드가 지난 4월 KT가 보유한 케뱅 지분 10%를 취득하고 향후 유상증자를 통해 인터넷은행법상 최대한도인 34%까지 지분을 늘리는 방안이 추진됐다. 실제 비씨카드는 지난 7일 KT로부터 케뱅 지분 10%(2230만9942주)를 취득했다.
이날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비씨카드의 대주주 적격성(주식한도 초과 보유) 안건이 통과되면서 34% 지분 확보도 가능하게 됐다. 케뱅 역시 예정대로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금 확충에 나설 수 있게 됐다. 3대 주주인 비씨카드와 우리은행, NH투자증권이 참여하는 239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1574억원 상당의 전환신주 발행을 통해 약 4000억원의 자본금이 확보된다. 오는 28일 자금 납입이 이뤄지면 총 자본금은 5051억원에서 9017억원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안정적 사업기반 마련을 위해서는 자본수혈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카뱅의 경우 자본금이 1조8255억원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카뱅은 2018년 201억원 당기순손실에서 지난해 137억원 순이익으로 돌아섰다. 반면 케뱅은 지난해 1008억원 순손실을 기록해 전년 -797억원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카뱅은 당기순이익 185억원, 케뱅은 -240억원을 기록했다.
비씨카드가 케이뱅크 대주주로서 확실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케이뱅크의 추가 증자가 간절한 상황에서 비씨카드의 자본여력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비씨카드는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이 271억8000만원을 기록하면서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3.4%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332억80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2%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 규모는 3546억원에서 2107억원으로 40.6%나 줄어들었다. 비씨카드가 향후 케이뱅크의 추가 자금수혈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케이뱅크는 이달 들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대출', '신용대출 플러스' 3종을 출시하면서 대출 영업을 재개했다. 조만간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본격적인 영업 정상화에 나서면서 시장 확대를 위해 차별화된 사업전략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이 증자 참여를 미루면서 요구한 부분도 카카오뱅크의 독주 속에 확실한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케이뱅크가 출범 당시 목표로 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은 금융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기반의 혁신 상품이다. 그러나 기업은행이 지난 21일 먼저 출시하면서 '업계 최초' 타이틀을 빼앗겼다. 케이뱅크로서는 자본금 추가 수혈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사업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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