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원격근무 보안 비상)"디지털 뉴딜에 보안 예산은 0원"
보안 예산 편성 사업체 감소 추세…보안 스타트업 위한 펀드도 없어
2020-07-08 06:00:00 2020-07-08 06:00:00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코로나19로 언택트 시대에 들어서면서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이에 대한 예산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코로나 뉴노멀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에서 한국판 뉴딜 정책을 '디지털 뉴딜'이라고 강조하는 상황에서도 보안 관련 투자 계획은 없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가 지난 2월 발표한 '2019년 정보보호 실태조사'에 따르면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를 보유한 사업체 9050곳 중 정보보호 또는 개인정보보호 관련 예산을 편성한 사업체는 지난 2017년 48.1%에서 2018년 36.2%, 2019년 32.3%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사업체 중 87%가 정보보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예산조차 없는 기업이 67.7%에 달하는 것이다. 
 
예산을 책정한 기업 중에서도 관련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라고 답한 곳이 20.2%로 가장 많았다. 정보보호 또는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 곳은 23.1%, 공식적인 정보보호 또는 개인정보보호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12.3%였다. 정보보호 교육을 시행하는 곳은 29.4%에 불과했다. 정보 침해 사고 등 보안 문제가 생겼을 때 별다른 활동을 수행하지 않는 곳도 73.8%에 달했다. 보안 관련해서 예산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38.4%였다. 정보보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힘들다고 답한 곳도 22.5%였다. 
 
보안업계는 예산조차 제대로 측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이버 보안을 공고히 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업계는 특히 사이버 보안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정부의 투자도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이런 환경에서는 보안과 관련한 미래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 뉴딜과 보안 패러다임' 세미나에서 이동범 정보보호산업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
 
이동범 정보보호산업협회장은 "대통령께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사이버 보안에 있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2.5조에 달하는 국내 모태 펀드 중 중소벤처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는 이와 관련된 투자 펀드가 없다"며 "앞으로 기존 보안 업체뿐만 아니라 새로운 스타트업에서 사이버 보안 기술이 탄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김범수 연세대학교 교수도 "디지털 뉴딜을 하려는 이 타이밍에서 예산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재택근무를 하려면 보안에 필요한 부분은 더 늘어난다고 하는데, 새로운 시스템이 계속 늘어나는 만큼 보안과 관련해서도 예산을 투입하고 보안에 신경 쓰지 않는 기업들도 보안에 신경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부족한 보안 예산을 메우기 위해 자체적으로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6월부터 약 6개월간 정보보호 혁신기술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초기창업기업 5곳에 총 1억, 성장기업 20곳에 총 5억5000만원을 투입해 총 6억5000만원 규모로 진행한다. KISA는 지난 2017년 판교 정보보호 클러스터 개소 이후 정보보호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지원 사업 결과 지난 2019년까지 누적 기준으로 약 170억원의 민간 투자를 유치했고, 수출액은 약 820억원을 달성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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