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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8월 20일 16:2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K-팝을 비롯한 드라마·영화 등 한국 대중문화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국, 중동까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K-콘텐츠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경제 성장과 더불어 일자리 창출, 수출 경쟁력 강화까지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주요 26개국 잠재 방한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한국 관광 선호도가 83%, 실제 방문 의향이 6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응답자의 40.2%는 서울만을 한국의 주요 관광지로 인식하고 있는 한계도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지역의 문화·관광 자원을 적극 활용해 저출생·초고령 사회 진입으로 심화되는 지역 소멸 위협 요인을 줄여나가기 위해 문화산업 육성에 나섰다. <IB토마토>는 K-웨이브 확산의 실태와 개선 방향을 점검하고 향후 육성 전략을 살펴 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이조은 기자] 최근 K-콘텐츠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반면 K-OTT(Over The Top)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넷플릭스로 대두되는 글로벌 OTT와 국내 토종 OTT 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왓챠는 기업회생에 돌입했고, 티빙과 웨이브도 생존을 위한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양극화 된 K콘텐츠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넷플릭스 의존도를 낮춰 국내 플랫폼 자생력을 높이는 방식의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넷플릭스 독식 구조 지속·토종 OTT 대항마는?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빙, 콘텐츠웨이브, 왓챠 등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지난 4년간 적자가 지속됐다. 반면, 넷플릭스코리아(넷플릭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와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영업이익은 흑자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 매출은 9496억원으로 티빙 매출 4355억원의 2배를 넘었다. 티빙과 콘텐츠웨이브 매출을 합쳐도(7668억원) 넷플릭스코리아 매출의 80.75% 수준에 머문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OTT 시장 점유율도 넷플릭스가 33.9%로 1위를 차지했고, 티빙 21.1%, 웨이브 12.4% 등이다.
티빙과 콘텐츠웨이브의 결합은 넷플릭스의 독주를 막을 대항마로 거론됐지만, 티빙 측 2대 주주인 KT(KT스튜디오)가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으면서 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합병이 완료되더라도 콘텐츠웨이브는 지난해 자본총계가 -980억원으로 자본잠식에 빠져 있어 인수 시 티빙이 재무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왓챠는 2021년 매출 708억원에서 2022년 734억원으로 증가했다가 2023년 438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0원을 기록했다. 결국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사진=각 사)
제작사가 OTT에 판권을 넘기는 이유? 제작비 리스크 '상존'
제작비 손실이 제작자와 창작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는 환경에서 제작사들이 국내 OTT보다는 과감한 투자를 집행하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편승하는 구조가 양극화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폭싹 속았수다' 총 제작비를 600억원, 회당 평균 비용을 37억5000만원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드라마 시리즈 회당 평균 제작비는 최소 15억원으로 넷플릭스와 비교하면 약 22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자본이 부족한 국내 제작사들의 글로벌 OTT 플랫폼 의존도가 커질수록 국내 콘텐츠가 넷플릭스 등에 종속될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제작비 부담으로 기획 단계에서 판권을 넘기는 경우, 추가 수익은 모두 OTT에 귀속된다.
최근 케이팝데몬헌터스가 역대 넷플릭스 영화 흥행 2위를 차지했지만, 제작사인 소니 픽쳐스는 고작 2000만달러(약 277억원)에 불과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오징어게임 시즌1도 약 9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됐지만, 황동혁 감독과 제작사는 약 2400만달러(254억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넷플릭스 시청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IP를 보유한 한국 콘텐츠는 전체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넷플릭스가 다른 매체에 비해 제작비를 후하게 쳐주는 편이라 제작 수요가 몰리고 있다"라며 "넷플릭스는 IP를 아예 사는 경우가 많은데 2차 판권 수익을 얻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제작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제작비를 고스란히 손실로 떠안을 수 있기 때문에 OTT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유럽·캐나다 기금 마련 조성 나섰지만 한국은 '답보'
이 때문에 국내 OTT 제작비 투자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의 실질적인 재정적·행정적 제작 지원 방안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영화·시청각 산업 금융조합(SOFICA)에 투자하는 경우 순 지출금액의 30~36%의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정부 보증형 국책은행을 통한 초저리 장기 융자 지원이나 제작 투자자에 대한 세액공제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콘텐츠산업진흥원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콘텐츠 제작 지원 단일화와 지원 예산을 확대, 콘텐츠 해외 수출에 대한 조세부담을 완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OTT에 '스트리밍세' 부과나 투자를 의무화하고 있다. 영국은 올해 초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에 영국 내 구독 수익과 매출의 5%를 세금으로 부과하기로 했다. 1년 내 자율적인 기금 마련이 이뤄지지 않으면 법제화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미 프랑스나 캐나다에서는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기금 출연이 의무화 된 상태다. 프랑스는 스트리밍 플랫폼이 자국 내 매출의 25%를 유럽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도록 하고 있다. 캐나다도 지난 2023년 '온라인스트리밍법'으로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에 캐나다 콘텐츠에 대한 투자 의무를 명확히 했다. 국내 콘텐츠 쿼터제 도입 역시 국내 콘텐츠 활성화와 문화 정체성 보존 차원에서 도입이 필요한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관련 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입법으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으나 현재 해당 법안은 위원회 심사를 받는 단계로 국회를 계류 중이다. 향후 상임위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 표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개정안은 글로벌 OTT 사업자 가운데 이용자 수나 트래픽 양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충족할 경우, 전년도 국내 매출의 1%를 방송발전기금으로 징수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글로벌 OTT의 반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은 지난 4월 발표한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해외 기업의 망사용료 지불은 차별일 뿐 아니라 반경쟁적 조치라고 언급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한국OTT포럼 회장)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과도한 쿼터제 도입으로 해당 해외기업들의 콘텐츠가 국내 접근에 일부 제한을 받게 되면 오히려 내국민들의 콘텐츠 선택·접근권이 감소하거나 해외 글로벌 OTT 사업자들의 제작투자가 축소돼 자금력이 부족한 국내 중소제작사들에 대한 제작 투자가 감소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지금은 OECD와 G21이 합의한 조세회피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디지털세 부과 기준과 조건에 따른 세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라고 설명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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