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10년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발주 시장이 얼어붙으며 반년 동안 나온 물량이 270여척뿐이다. 관련업계에선 이런 추세면 올해 연간 발주량이 700척도 넘기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7일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발주량은 575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269척이다. 지난 2010년 이후 가장 적다.
특히 조선업 최대 불황으로 꼽혔던 2016년 상반기 발주량 766만CGT(423척)와 비교해도 25% 줄었다. 6월 한달 발주량은 82만CGT(30척)로 전년 동기 대비 51% 수준이다.
올해 절반이 지났음에도 발주량이 500척도 안된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조선 3개국이 물량 확보를 위해선 적어도 매년 1500여척이 나와야 한다. 전 세계 연간 발주량은 지난 2014년 2270척, 2015년 1800척, 2018년 1490척으로 1000척을 넘겼으나 올해는 현실적으로 1000척을 넘기긴 어려워 보인다.
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선종별로 살펴봐도 대부분이 감소했다. 올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발주량은 10척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수에즈막스(15만8000톤급) 유조선은 14척으로 동일했고 아프라막스만 21척으로 19% 증가했다. 1만2000TEU급 컨테이너선, 초대형 벌크선, LNG선(14만㎥ 이상)은 각 11%, 71%, 87% 크게 하락했다.
국가별로 보면 한국은 상반기에 118만CGT(37척)를 수주하며 351만CGT의 중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57만CGT(36척)으로 3위를 지켰다. 지난달 수주량도 중국이 46만CGT(16척)로 가장 많았고, 한국 25만CGT(4척), 대만 4만CGT(1척) 순이다.
발주량 감소에 곳간도 줄고 있다. 지난달 말 수주잔량은 한국 1976만CGT, 중국 2613만CGT, 일본 954만CGT를 기록했다. 한국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8%, 중국 11% 감소한 가운데 일본은 38% 줄어들며 감소폭이 가장 컸다.
선가는 보합세를 나타내거나 하락했다. 6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전달과 동일한 127포인트를 기록했다. 17만4000㎥급 LNG선 1억8600만달러, VLCC 8900만달러, 아프라막스 유조선 4850만달러, 초대형 벌크선 4750만달러로 모두 전달과 같았다.
다만 컨테이너선 2만~2만2000TEU급은 100만달러 하락한 1억4400만달러, 1만3000~1만4000TEU급은 50만달러 줄어 1억800만달러로 집계됐다. 수에즈막스 유조선도 150만달러 감소하며 58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발주 시장은 하반기에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조선사 곳간을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불황이었던 2016년보다 발주시장이 더 안좋은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는 물량이 좀더 늘어나겠지만 올해 1000척이 나오긴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발주량은 700척도 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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