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23조원 수주 잭팟을 터트린 가운데 LNG(액화천연가스)선 핵심기술 LNG화물창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조선사는 LNG선을 건조할 때마다 특정 업체에 기술료 명목으로 약 100억원을 지급한다. 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한국형 LNG화물창을 개발했지만 아직까지 LNG선 적용 실적이 없어 국산화율을 높이는데 애를 먹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NG선 건조에 가장 중요한 기자재는 LNG화물창으로 꼽힌다. LNG화물창은 영하 165도로 냉각시킨 LNG를 담은 탱크다. LNG선을 만드는데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기자재다.
하지만 LNG화물창 원천기술은 프랑스 엔지니어링업체 GTT가 갖고 있다. GTT가 독점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어 국내 조선사는 척당 약 5%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LNG선 선가가 2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로열티는 척당 100억원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 LNG화물창 솔리더스. 사진/뉴시스
예컨대 조선 빅3가 카타르로부터 따낸 100척을 건조할 경우 로열티만 1조원을 지급해야 한다. 한국가스공사 집계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조선업계가 GTT에 지불한 기술 로열티는 3조원에 달한다.
그동안 국내 조선업계가 LNG화물창을 개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한국가스공사와 조선 빅3는 2005년 정부의 국책 연구과제로 한국산 LNG화물창 설계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이에 2015년 한국형 화물창 'KC-1' 개발에 성공했고 2018년 삼성중공업이 KC-1을 적용한 LNG선 2척을 SK해운에 인도했다. 하지만 화물창 이면에 설계 결함으로 추정되는 결빙 현상이 나타나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국내 조선업계가 개발한 LNG화물창은 이뿐만 아니다. 조선 빅3 각사마다 LNG화물창 설계기술을 가졌다. 현대중공업 하이멕스(HiMEX), 삼성중공업 KCS, 대우조선해양 솔리더스(SOLIDUS)가 그것이다. 이들은 모두 세계적인 선급들로부터 기술력을 인증받는데 성공했다. 국내 조선사가 건조하는 LNG선에 한국산 LNG화물창이 설치되면 그동안 GTT에 상납했던 기술료를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조선 빅3의 LNG화물창이 LNG선에 적용된 사례가 없다. GTT가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어 진입장벽이 높다. 공동 개발한 KC-1도 국내 선사 선박에만 설치됐을 뿐이다. 우선 선사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GTT의 LNG화물창은 선박 적용 실적이 높고 시장점유율도 압도적이다"라며 "국내도 설계기술은 가지고 있지만 실적이 없다. 지속적인 품질 개선 노력을 통해 선사의 신뢰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