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지난 30년간 국내 통신시장의 요금경쟁을 제한했던 대표적 규제정책인 요금인가제가 폐지 기로에 섰다. 이동통신사가 정부 규제 없이 자율적으로 요금경쟁을 통해 안정적인 통신시장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1위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이 새로운 요금을 출시할 때 정부의 인가를 받도록 한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고, 요금제 신고 후 소비자의 이익이나 공정한 경쟁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인정되는 경우 15일 이내에 신고를 반려하는 유보신고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는 지난 2015년 정부가 미래창조과학부 시절 발의한 요금인가제를 유보신고제로 바꾸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동일한 내용이다.
서울의 한 종합이동통신 대리점 모습. 사진/뉴시스
시장 관계자들은 요금인가제 폐지 논의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국내 통신시장의 경쟁체제가 이미 자리 잡았다고 보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도 해석한다.
이통사 관계자도 "요금인가제 규제 앞에서는 선행주자가 요금제를 출시하면 2·3위 사업자가 비슷한 요금제를 따라서 출시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요금인가제가 폐지되면 좀 더 자유로운 경쟁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LTE 당시 음성 무제한 요금제 대중화부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경쟁 국면 당시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공격적 요금을 내며 완전 무제한 판을 만들어왔다. LG유플러스는 2013년 당시 비교적 적은 부담으로 통신사와 관계없이 무제한 음성통화를 할 수 있는 요금제를 선보였고, 2018년에는 월 8만8000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속도 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후 이통사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완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일반화됐다.
이통사들은 유보신고제 장치를 통해 통신 요금으 무작정 올릴 수 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용자의 이익이나 공정한 경쟁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인정되면 정부가 15일 내 신고를 반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민단체들은 요금인가제 폐지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지금도 이통사들이 베끼기 요금을 통해 사실상 요금 담합을 하고 있는데, 이통사들이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면 요금 경쟁을 활성화하고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고 하는 것은 꿈같은 얘기"라고 주장했다.
한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20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요금인가제가 폐지되지만 부결될 경우 해당 법안은 폐기된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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