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요금인가제 폐지를 두고 잡음이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보편요금제 도입과 별개로 인가제 폐지를 추진 중이다. 인가제가 시장에서 요금제 경쟁을 저해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동통신업계 입장이 엇갈리는 데다, 참여연대 등 시민·소비자단체들은 오히려 인가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나섰다. 그동안 정부에서 인가 신청을 반려하거나 보완 요청한 사례가 없다며 인가제가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빠른 시일 내 국회 토론회 등을 열고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는 입장이어서 보편요금제 도입과 더불어 인가제 폐지를 둘러싼 진통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요금인가제 대상 사업자인 만큼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가제가 자유로운 요금제 출시를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과기정통부와 요금제 인가를 협의 중이지만, 그로 인해 새 요금제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 신고만으로 요금제 출시가 가능한 KT와 LG유플러스는 이미 요금제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 특히 지난 5월 KT가 출시한 ‘데이터ON 요금제’는 한 달새 가입자 50만명을 넘는 등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SK텔레콤은 인가제와 관련, 적절한 시장 대응이 힘들어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0일 “요금제 개편을 준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출시 일정을 확정하긴 힘들다”며 “과기정통부와 요금제를 계속 협의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규제개혁위원회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내용으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심사했다. 사진/뉴시스
과기정통부는 이미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5월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보편요금제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직후 “최저요금 구간인 보편요금제를 제외하고 상위 요금제에서 인가제 폐지를 추진할 것”이라며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고 이통사들의 요금 경쟁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 보편요금제 도입에 따른 당근책이란 지적도 나오지만, 과기정통부는 그와 별개로 인가제 폐지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지난 2016년부터 인가제 폐지를 담은 정부 법안이 발의됐다”며 “보편요금제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다양한 요금제 출시를 위해 인가제 폐지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하지만 시민·소비자단체 의견은 다르다. 오히려 요금인가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지난 2005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요금인가 건수 48건, 100여개 요금제 상품 중에서 조건부 인가 1건을 제외하고 대부분 원안대로 요금제를 인가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인가제가 폐지되면 이통사들이 고가요금제를 유도하는 부당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며 “시민사회, 민간 통신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인가 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요금인가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에서도 인가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고, 실제 관련 법안도 올라와 있는 상황”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국회 토론회를 거쳐 의견을 모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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