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재난긴급생활비 좀 받게 해주세요." 서울 동대문구 용신동 주민센터 창구에는 재난긴급생활비를 신청하러 온 A씨(60)가 앉아 한참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재난긴급생활비는 휴대전화로 수령 여부를 통지하지만, 경제능력이 없는 A씨는 휴대전화도, 다른 가족도 없었다. 1인가구 재난긴급생활비 30만원은 A씨에겐 한 달 고시원비 23만원을 웃도는 큰 돈이다. 다행히 주민센터로부터수령엔 아무 문제 없을 거라는 답변을 들은 후에야 A씨는 "다시 찾아와서 직접 통지를 들을게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재난긴급생활비 신청 건수는 187만162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예상치인 94만1600여가구의 2배에 이른다. 게다가 지난 6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날부터 65세 이상 시민에 한해 '신청 5부제'를 면제하기로 발표했기 때문에 신청 건수는 좀처럼 둔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날 서울 동대문구의 용신동 주민센터도 지원을 문의하는 구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자체 추산한 누적 접수 인원은 8000명 가량이다. 원래는 2000명 가량으로 예상치를 잡았지만 한참 초과한 것이다. 전체 인구 1만7600여명의 절반이 신청한 셈이다.
현장에서 만난 직원들은 이날 접수 열기가 그나마 잦아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센터 관계자는 책상에 있는 물병을 들어보이며 "한참 바쁠 때는 출근 시간부터 오후 1시까지 뚜껑을 딸 수가 없었다"며 "업무가 과중해 구토하는 직원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만큼 노인을 중심으로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50~60대 남성을 중심으로 고시원 거주자가 많은 등 생각지도 못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접한다"며 "본인 이름을 쓸 줄 몰라 한 자 한 자 손을 잡고 이름을 그림 그리듯이 도와드려야 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잠시의 '평화'를 누리는 현장은 이후의 '폭풍 전야'를 걱정하기도 했다. 오는 11일부터 정부 재난지원금 신청, 18일부터 현장접수가 시작되면 아직 서울시 지원 절차가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업무량이 다시 폭주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장 안내사항의 상당수는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에 관한 내용이었다. 건물 내부 곳곳에는 '정부재난자금 진행 X', '3층은 서울시만 진행'이라는 종이가 붙어있어 아직 정부 재난지원금 신청 기간이 아니라고 안내했지만, 신청 문의는 계속 이어졌다.
인원 보충 등 보완조치 없이 업무량이 폭주하면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와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모두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재난긴급생활비 처리 기간은 일주일로 예상됐으나, 신청량이 폭주하는 현재는 20일을 넘어가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신청 후 마음이 조급해 통보 문자를 기다리지 못하고 찾아오는 노인들이 여럿 눈에 띌 정도였다.
7일 서울 동대문구의 용신동 주민센터에서 구민들이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를 신청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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