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대형 스포츠 이벤트 연기에 한차례 좌초됐던 글로벌 TV 업계가 주요 시장인 미국·유럽의 소비 악화 장기화라는 암초까지 만났다. 현 추세라면 예고됐던 올해 역성장 전망이 현실이 될 분위기다.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미국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24일 오전 기준 전일 대비 3만5190명 늘어난 87만3137명, 사망자는 3262명 늘어난 4만9759명을 기록했다. 최근 신규 환자 증가세가 2만7000여명 수준으로 다소 안정화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다시 치솟았다.
유럽의 상황도 좋지 않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 뒤를 스페인(21만3024명), 이탈리아(18만9973명), 독일(15만3129명), 영국(13만8078명), 프랑스(12만804명)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이 고스란히 잇고 있다. 적게는 1600명에서 많게는 5000명 가까이 매일 확진되고 있는데 최근 한 자릿수로 확진자가 줄어든 국내와 비교해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
국내와 중국 등과 달리 미국과 유럽은 지난달 본격적으로 코로나19 어둠의 그림자가 닥쳤다. 이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주요 생산 공장이 셧다운 됐고 유통 매장들이 문을 닫았다. 확진 여파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코로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면서 소비 위축 장기화는 불 보듯 뻔한 이야기가 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소매 매출이 지난 1992년 이후 가장 큰 폭인 전월 대비 8.7% 준 데 이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독일의 이번달 구매의사지수는 -4.6으로 지난달(31.4)보다 무려 36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대비 거의 58포인트 낮은 수치다.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인 유럽 특성을 생각할 때 독일의 소비 침체는 인근 코로나 피해 국가들에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문제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뉴욕주립대학(NYU) 랭건의료센터 응급실 밖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Gfk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크게 얼어붙고 있어 이번 지수가 벼랑 끝으로 향한 것은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소비·제조·서비스 제공업체 등은 앞으로 어려운 경기 침체에 대비해야 한다. 몇 달 동안 어려운 시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간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 개최로 반사이익을 얻었던 글로벌 TV 시장에 도쿄 하계 올림픽과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가 열리는 올해는 기회의 장이었다. 중계 기술이 화려해지고 다양해지면서 TV를 찾는 손길도 늘어날 것으로 봤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코로나19 여파 이전인 올해초 글로벌 TV 출하량을 지난해(2억2290만대)보다 1.1% 증가한 2억2540만대로 전망한 것도 이러한 특수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올림픽과 유로 2020이 전격 연기되고 공장과 매장이 셧다운하면서 TV 시장은 올해 성장 동력을 단번에 상실해버렸다. 이달초 옴디아는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을 지난해보다 오히려 8.7% 감소한 2억350만대로 수정·예측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오던 소폭 성장세가 3년 만에 뒤바뀔 것으로 본 것이다.
역성장 예비 성적표를 받아든 TV 업계는 현 2분기를 한해를 좌우할 승부처이자 시련의 보릿고개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전부터 대대적인 수요 감소가 2분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 만큼 상황은 그리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2분기가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출하량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점점 나아져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코로나 여파로 IT 부문에서 온라인 판매가 늘고 있으나 TV 부문에서 이를 기대하기도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 지금 흐름이라면 역성장은 당연할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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