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는 분위기다. 이번 주말에도 그동안 집에 갇혀 지내느라 답답했던 사람들이 교외로 대거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주유소 이용자도 증가할 것이고 이 중 많은 소비자들은 유가가 폭락했는데 주유소 가격은 여전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한국석유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운영하는 유가 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23일까지 국제유가(WTI)와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 추이를 비교해 보면 양쪽 모두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는 비슷했다. 다만 하락률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그래프 참조>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좌) 및 국제유가(WTI) 추이. <자료: 오피넷, 미래에셋대우>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세금, 두 번째는 시차다.
먼저 주유소 판매가격에서 세금이 얼마나 차지하는지를 살펴보자. 일단 중동이든 미국이든 원유를 사서 국내로 들여올 때는 관세가 붙는다. 관세는 원유든 석유제품이든 수입가격의 3%가 부과된다. 또 석유수입부과금도 리터(ℓ)당 16원 붙는다.
국제유가는 배럴(bbl) 단위로 매겨지니까 이걸 ℓ로 환산해서 계산해야 한다. 1배럴은 158.9ℓ니까 배럴당 20달러에 원유를 수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관세는 ℓ당 0.12586532달러, 여기에 원달러 환율 1200원을 적용하면 약 151원이다. 관세는 3%니까 4.53원, 또 석유수입부과금 16원을 더하면 20.53원이다.
이제 유류세 차례다.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는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로 구성된다. 교통세는 529원, 교육세는 교통세의 15%니까 79.35원, 주행세는 교통세의 26%인 137.54원, 이것을 다 더한 유류세는 745.89원이다.
유류세 745.89원에 원유수입관세와 수입부과금을 더하면 766.42원이 된다.
아직 끝이 아니다. 주유소에서 판매할 때 판매가의 10%가 부가세로 부과된다. 휘발유 판매가를 ℓ당 1300원이라고 치면, 이중 부가세 118원 정도가 붙게 된다. 이것까지 더하면 세금은 약 884.42원으로 불어난다. 즉 1ℓ 를 주유하는 데 세금만 거의 900원을 내는 꼴이다.
이 900원의 세금이 고정된 상태에서 나머지 가격에만 국제유가 하락분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주유소 판매가 인하폭은 당연히 적을 수밖에 없다.
유류세율. <출처: 오피넷>
두 번째 원인은, 원유를 수입해서 정유사에서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제품으로 정제한 뒤 저유소로 옮겼다가 주유소로 배달해 자동차에 주유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때문에 생기는 시차다.
중동지역에서 원유를 실어오는 데는 약 한 달의 시간이 걸린다. 또 원유를 정제해서 주유소에 공급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또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을 삼가는 분위기라 운행량이 크게 줄어 정유사의 휘발유, 경유 재고가 나가는 데도 평소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지금 팔리는 기름은 아마도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일 때 수입했을 것이다. 현재 유가와는 차이가 크다.
게다가 여기엔 유조선으로 수입해오고 주유소에 실어 나르는 수송비나, 원유를 휘발유로 만드는 과정에 들어간 정제비 등의 주요 원가 요소는 빠져있다.
<사진/ 뉴시스>
하지만 이것만으로 주유소 판매가격 하락 속도가 느린 것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이와 함께 판매업자의 마진 챙기기, 즉 정유사와 대리점, 주유소 등 각 유통 단계에서의 적극적인 마진 확대 또는 마진 방어 전략도 포함해야 한다.
전국의 주유소는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주유소와 법인대리점이 운영하는 대리점 주유소, 일종의 프랜차이즈 매장 개념인 자영 주유소로 구분할 수 있다. 직영주유소는 수도권에 많고 지방엔 자영 주유소가 많다. 대리점 주유소는 주유소 간판에 작은 글씨로 법인명이 적혀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앙에너비스, 흥구석유 등이다.
이들 중 대리점은 계열로 거느린 주유소 숫자가 많아 이른바 ‘바잉파워(buying power)’를 갖고 있다. 구매물량이 많아 일반 주유소들보다 좋은 조건으로 석유제품을 공급받는다. 또 별도의 저유소 등 저장시설을 보유한 곳도 있다. 기름을 보관할 시설이 있다는 것은 사입과 판매 시기를 조율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사이에 정유사의 공급가와 주유소 판매가격이 움직이는 여건이 조성된다면 일종의 스프레드 마진을 챙길 수 있다. 물론 반대로 손실을 볼 가능성도 상존한다.
자영 주유소도 마찬가지다. 각 정유사의 지역본부와 사입가격을 흥정하는데 대리점 같진 않아도 주유소 판매량이 많을수록 조금이라도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또 휘발유, 경유 등의 저장공간이 클수록 사입과 판매가를 조율할 수 있기 때문에 주유소 지하에 매설돼 있는 저장탱크를 하나라도 더 늘리고 싶어 한다. 규모가 큰 주유소 중엔 별도 장소에 저유소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주유소 경영자의 전략이 판매가격 하락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단, 규모나 주변 주유소와의 가격경쟁 등 처한 상황 때문에 이런 전략을 구사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곳들이 더 많다.
주유소들이 국제유가 하락에 맞춰 가격을 빨리 내리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고 또 각자의 이유도 있다. 그렇기에 모든 주유소를 색안경 끼고 볼 필요는 없다. 엉뚱한 데다 화풀이할 것 없이 가격 저렴한 주유소로 발을 돌리면 된다. 다음 기사에서 어떤 주유소가 저렴한지 찾는 법을 알아보자.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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