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한바퀴)규제밖 산본 1억대 소형도 5천씩 뛰었다
2020-04-22 08:00:00 2020-04-22 08:26:29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이른바 ‘수용성’ 지역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지난 2월20일 수원시 권선·영통·장안구와 안양시 만안구, 의왕시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그와 동시에 인접해 있는 군포시 아파트가 뛰기 시작했다. 풍선효과였다. 
 
4월 초 찾은 군포시 산본은 광풍이 한차례 휩쓸고 간 뒤였다. 1990년대 초반에 지은 1기 신도시 중에서도 지하철역 2~3정거장 거리 지척인 평촌신도시 시세보다 훨씬 낮은 곳,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도 적어 갭투자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활개를 펼 수 있는 곳, 그럼에도 다들 들썩일 때 홀로 소외됐던 곳이 산본이다. 
 
하지만 이번엔 제대로 바람을 탔던 모양이다. 1억원 중후반대 소형 아파트들이 한 달 새 3000만~5000만원씩 뛰었다. 서울 웬만한 아파트단지에선 하루이틀 사이에도 오를 수 있는 가격이지만, 2억원 미만인 몸값에서 4000만원만 올라도 상승률은 20%를 훌쩍 뛰어넘게 된다. 모처럼 바람이 분 것이다. 
 
산본역 인근 퇴계주공2단지를 보자. 54㎡(전용면적 37㎡)의 작은 평형 위주로 구성된 1992세대 대단지인데 3월 가장 높은 실거래가가 2억1000만원으로 나와 있다. 이 평형은 2월에만 해도 1억6000만~1억7000만원이 많았다. 4000만원 이상 오른 것이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도 2억2000만원 정도에 맞춰져 있다. 
 
현재 전세시세는 기본적으로 수리가 돼 있는 집이 1억4000만원, 손대지 않은 집은 1억2000만~1억2500만원 정도. 매매가가 올랐는데도 서울에 비하면 갭이 크지 않은 편이다. 투자자들이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율곡주공3단지 곳곳에는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설립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사진/김창경 기자
 
퇴계주공2단지와 마주 보고 있는 율곡주공3단지에서 가장 작은 75㎡(51㎡)형의 시세는 현재 3억3500만~3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이 평형도 4월 중 3억5000만원 실거래가 있다. 3월 초순만 해도 2억6800만원부터 3억원 미만에 거래됐는데 중순에 3억원을 넘어섰고 하순엔 3억4000만원대 거래가 많았다. 3억5000만원 실거래까지 이뤄진 상태다. 
 
이 단지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2월 중 75㎡(전용 51㎡)형에서만 48건의 실거래가 신고됐다는 점이다. 2042세대로 단지가 크긴 하지만 평소에 비해 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개학 전에 거래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할 수도 있겠지만, 지난해 2월 매매는 3건에 불과했다. 외부 투자자들이 몰린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거래량 폭증은 리모델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율곡주공3단지 곳곳에는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출범했음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중개업소의 설명에 따르면 산본역 인근에서 리모델링을 재료로 주목받은 곳은 산본역 상업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세종주공6단지였다. 리모델링 설명회를 열고 단지 도면까지 나왔다는데 중간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그 사이 율곡주공과 우륵주공이 리모델링 조합을 결성하자 투자자들이 몰려 단기간에 시세를 띄웠다는 것이다. 
 
물론 세종주공6단지도 1월에 3억원대 초반, 2월에 3억원대 중반을 거쳐 4월엔 4억원대 신고가가 나온 상태인데 평형이 80㎡(58㎡)로 더 크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곳에 갭투자자들이 몰렸지만 산본 구축 단지 중에서 가격을 이끄는 곳은 중앙공원사거리 KT군포지사 뒤편의 산본주공11단지다. 산본역과는 8분 거리로 멀어지지만 금정역과 도보 15분으로 걸을 수 있는 자리다. 현재 ‘GTX금정역’이란 빅 이슈 덕분에 힐스테이트금정역이 군포시 전체 시세를 주도하고 있어 그 영향권에 있는 11단지도 강한 편이다.  
 
15층 11개동으로 이뤄진 단지는 동간 거리가 넓어 저층도 비교적 해가 잘 드는 장점이 있다. 용적률은 183%다.  
 
산본주공11단지는 GTX 역사가 예정된 금정역과 도보로 접근이 가능해 산본지역 시세를 이끄는 단지 중 한 곳으로 떠올랐다. 평지에 위치한 데다 동간 거리가 넓고 산본천 복원이라는 잠재적 호재도 갖도 있다. 사진/김창경 기자
 
또 이 단지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단지 앞 복개도로인 산본천로를 복원할 계획이 잡혀있다는 것. 예산 부족으로 10년째 손을 못 대고 있다는데 언제라도 산본천을 조성하게 된다면 값어치는 더 높아질 것이다. 
 
1400세대 중 80㎡(58㎡)형이 세대수가 가장 많은데도 동 위치가 좋고 인기 평형이라 매물이 별로 없다고 한다. 중개업소에 소형 평형 매물이 많은 것을 보아 이곳도 투자자들의 거래가 더 많아 보인다. 현재 시세는 4억2000만원 안팎. 전세가는 2억3000만~2억6000만원 선이다. 제일 작은 52㎡(38㎡)형은 2억4000만~2억6000만원, 전세가는 1억3000만~1억3000만원이다. 
 
이 단지도 지난해 거래는 많지 않았으나 올 2월에 한꺼번에 몰렸다. 
 
산본 전체가 들썩이며 시세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2월 한 달 달아오른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휴지기에 들어간 상태다. 호가는 빠지지 않고 있다. 버티다가 매물이 나올지 정부의 규제 밖이라는 점을 재료 삼아 재차 상승에 돌입할지 아직 방향은 잡히지 않았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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