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4·15 총선을 앞두고 '대권 잠룡'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생환 여부를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선거 승패에 따라 정치적 영향력은 물론 대권 가도에서 존재감이 달라지기 때문에 잠룡들의 차기 대권 행보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4년차에 실시되는 이번 총선은 여야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문 정부에 대한 평가와 함께 2022년 실시되는 20대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 성격도 띄고 있는 만큼 총선 승리를 위해 '민심 잡기'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먼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서울 종로 지역구에서 전직 총리 출신으로 맞붙어 사실상 '미니 대선'을 치른다. 유력 정치인을 배출한 '정치 1번지'로서의 상징성에 걸맞게 차기 대권을 노리는 여야 대권 주자가 승부를 벌이게 된 종로는 전체 총선 판도를 좌우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1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하는 이낙연(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 등록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 1위를 달리는 이 위원장과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황 대표의 대결은 거대 양 당의 최대 승부처일 수 밖에 없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위원장이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에서 10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황 대표는 2위로 나타났다.
두 사람은 각 당에서 선거 사령탑을 맡고 있는 만큼 자신의 선거 결과가 곧 전체 선거와 연계된다. 이에 자신의 지역구 선거 뿐 아니라 당의 선거 전략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다른 잠룡권 후보로 꼽히는 김부겸 민주당 의원과 통합당 후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험지'에서 생환할 경우, 차기 대권 잠룡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게 된다. 김 의원은 통합당의 텃밭이라 불리는 대구·경북(TK) 선거를 이끄는 동시에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 선거를 치러야 한다.
오 전 시장은 15대 총선부터 민주당계 후보가 내리 당선된 서울 광진을에 도전해 부활을 노린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인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누르고 당선된다면 2011년 무상 급식 주민 투표 무산에 따른 서울시장 사퇴 이후 9년 만에 정치적 반등의 기회를 잡게 된다.
통합당 공천 결과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이번 총선에 정치 생명이 걸렸다. 홍 전 대표는 대구 수성을 선거에서 이기면 통합당에 복당, 차기 대선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총선 패배 시 탈당한 이상 정계 은퇴는 불가피해진다.
유승민 통합당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한 탓에 총선 부담에서 벗어났지만 전국을 누비며 후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유 의원이 통합당 선거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중도 보수의 표를 모을 경우 당 내에서는 영향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의 역할에 따라 존재감이 달라질 전망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바른미래당 탈당 후 국민의당을 재창당, 총선 지휘에 나섰다. 지난 1월 귀국 당시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안 대표는 코로나19 대구 의료 봉사와 자가 격리 중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당 전체 이미지를 책임지고 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 지역구 후보를 1명도 내지 않는 승부수를 던지며 비례대표 선거에 올인했다. 정당 투표에 따른 비례대표 후보만 내세우고 '중도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다. 비례대표 후보만 내놓고도 얼마나 당선되는지 여부에 따라 향후 안 대표의 대선 경쟁력을 평가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거에서 이긴다면 차기 유력 대권 주자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고 패한다면 타격을 크게 입게 된다"며 "현재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고 있는 이 위원장의 경우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고, 당 내 지지 기반까지 마련한다면 총선이 끝난 뒤 대선 행보에 본격적으로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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