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지금 미국시간으로 클럽갈 시간입니다. 다들 놀자아~~!", "토요일 아침 분위기 보소. 다들 모닝주 한잔씩 하신듯."
지난 14일 오전 11시 유튜브 상에서 전 세계 관중들을 대상으로 열린 밴드 ‘소울소스 meets 김율희’의 온라인 쇼케이스 현장. 함께 등장한 DJ MOHO 선곡에 맞춰 CD를 들고 춤추는 이들은 유튜브를 '불토의 온라인 클럽'으로 만들었다.
곡이 끝날 때마다 쏟아지는 '가상 박수(이모티콘 박수 표시)'에 밴드 멤버들은 얼굴을 붉히곤 "감사하다" 답했다. 흡사 미어캣처럼 우측 모니터를 바라보며 온라인 관객들과 대화도 시도했다. 제비의 울음소리를 한자로 형상화한 음절들이 속사포 랩처럼 쏟아질 땐(신곡 ‘The Swallow Knows’) "미쳤다"는 한국말 말 말고도 인도어, 영어 등 세계어들로 댓글창이 도배됐다.
소울소스 meets 김율희 온라인 스트리밍 쇼케이스.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코로나19(코로나) 확산세가 유럽, 미국 등 세계 전역으로 퍼져가면서 음악인들이 이제껏 시도하지 않은 신개념 공연, 음악 문화를 만들고 있다. 코로나 관련 최전선에서 혈투를 벌이는 의료진들을 위한 곡을 만드는가 하면, 방구석 라이브나 작곡으로 사회적 연대의 의미를 일깨우고 있다.
아일랜드 록 그룹 U2의 프론트맨 보노는 18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Let Your Love Be Known(네 사랑이 알려지게 해)'라는 신곡을 발표했다. 서정적 피아노 연주에 '생목'을 얹어 고요한 음표의 물결을 만들고 "의사와 간호사 등 코로나 최전선에서 의료진들을 위해"라고 썼다. 공개 9시간 만에 '좋아요' 수는 8만개 이상을 넘어가고 있다.
U2 보노. 사진/보노 페이스북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 역시 지난 16일 트위터에 코로나 관련 의료진들을 위한 연주를 공개했다. "코로나19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들을 위한 곡"이라면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3번 사라반드를 연주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요요마는 "우리 모두를 위해 인간적 연결과 과학적 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여러분의 능력이 내게 희망을 준다"고 적었다.
요요마는 첼로로 세계적인 사회 현안, 이슈에 맞서 온 음악가다. 2018년부터 2년간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들고 6개 대륙 36개 도시를 순회해온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도 "바흐가 세계를 구하기를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첼리스트 요요마. 사진/요요마 트위터 캡처
최근 코로나 여파로 오프라인 공연과 음악 행사가 사라지는 가운데, 사회적 연대의 의미를 일깨우는 새로운 패턴의 온라인 중심 공연, 음악 제작 방식도 활발하다.
미국 위성·온라인 라디오 서비스 방송사인 시리우스XM은 취소된 마이애미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을 온라인 버전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오는 20일 아르민 판 뷔런, 아프로잭, 마틴 게릭스, 메이저 레이저 등 당초 출연 예정된 DJ를 섭외, '가상의 EDM 페스티벌'을 라디오 방송으로 전 세계에 송출한다.
뮤지션들은 각자 자신들의 채널에서 라이브 스트리밍 공연을 열고 있다. 전날 콜드플레이 크리스마틴이 인스타그램으로 연 깜짝 라이브 공연은 조회수 300만을 돌파했다. 존 레전드 역시 'Together At Home(집에서 함께 하자)'는 캠페인 구호를 걸고 마틴을 이어 방구석 라이브를 열었다. 리조는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 영상을 올리며 불안과 공포를 해소하는 자정노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대중음악계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전날 가수 이한철을 필두로 한 18인의 뮤지션은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캠페인 취지에 부합하는 음원, 영상을 발표했다. 1~2일 간 각자의 방에서 이한철 대표곡 '슈퍼스타'를 쪼개 녹음하고 합쳤다.
가수 이한철을 필두로 뮤지션 18명이 함께 제작한 '슈퍼스타' 영상. 사진/유튜브 캡처
이한철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우리들의 사회적 관계까지 무너뜨리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지역 곳곳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 많은 분들과, 일상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응원하고 연대하는 모든 시민분들께 힘을 얻고 있다. 음악으로나마 힘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소울소스 meets 김율희는 쇼케이스 당시 '쇼는 계속돼야 한다(Show must go on)'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선우정아는 진짜 재즈클럽에 와 있는 듯한 연출의 '재즈 박스' 라이브 채널을 업로드 중이다. 브로콜리너마저는 오는 19일 유튜브 라이브를 열 예정이다.
대중 음악계에서는 최근의 온라인 중심 공연 문화를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으로도 해석한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그간 공연은 오프라인의 최정점 수단으로 여겨져왔다"며 "하지만 최근의 온라인 공연 흐름은 새로운 장을 연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스트리밍이라는 포맷에 잘맞는 뮤지션들, 보는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온라인 체제의 새 문법을 개발하는 뮤지션들이 여태까지와는 또 다른 주목을 받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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