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리듬)지자체장들, '코로나 지방방송' 꺼라
2020-02-19 14:31:34 2020-02-19 16:42:1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오늘 앵커리포트는 지역사회 감염위험이 커진 '코로나 19' 사태에 대해 준비했습니다.
 
코로나 19 국내 확진자가 추가로 15명이 확인됐습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국내 확진자는 46명입니다.
 
지역사회 감염 확산이 시작됐다고 판단되는 상황인데, 이 가운데 대구에서 확인된 31번째 확진자의 행동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등 방역당국에 따르면, 60대 여성인 이 확진자는 교통사고를 당해 지난 7일 대구 수성구 새로나한방병원에 입원한 뒤 10일부터 발열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의료진이 독감 검사를 한 결과 음성 결과가 나왔지만 증상이 계속됐고, 일주일 뒤인 14일 폐렴증상이 확인됐습니다. 
 
코로나 19 감염을 의심한 의료진은 정확한 검사를 위해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을 두차례나 권유했습니다만, 이 확진자는 거부했습니다. 본인이 해외여행 이력이 없고 앞선 확진 환자들과의 접촉도 없었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한 겁니다. 
 
이 확진자는 의료진이 다시 한번 강하게 권유하자 17일 대구 수성구 보건소에서 코로나 19진단 검사를 받았습니다. 결과는 '확진'.
 
폐렴이 발견된 사흘 전 곧바로 격리조치가 이뤄졌다면 추가 환자 발생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여기서 나옵니다.
 
31번째 확진자는 폐렴 증상이 발견된 지난 15일과 16일, 대구 안에 있는 대형 예식장과 신천지교회에도 방문했습니다. 
 
이런 사실이 확인되자 코로나 19 증상이 의심되는 사람이 정당한 이유 없이 검진을 거부할 경우에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이번 사태를 규율하고 있는 감염예방법에는 근거 규정이 없습니다.
 
감염예방법은 '자가격리를 거부할 경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300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건 당국이 지난 7일부터 실시가호 있는 개정된 코로나19 대응지침(5판)을 보더라도 '중국 방문력이나 확진자 접촉력이 없는 사람도 '원인불명의 폐렴'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의사의 소견에 따라 진단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만 돼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31번째 확진자 처럼 초기 진단 거부자를 반드시 법적으로 규제해야 하는 걸까.
 
헌법상 개인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법적 근거 없이 강제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자기결정권만 주장한다면, 지금과 같은 비상 사태에서는 다른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자발적인 결정과 협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입니다.
 
그런가 하면, 오늘 서울에서도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왔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지요.
 
이 보도의 출처는 정원오 서울성동구청장의 SNS 계정입니다.
 
정 구청장은 오늘(19일) 오전 8시13분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판에 "이른 아침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매우 송구합니다. 성동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라고 알렸습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입니다.
 
이 덕분에 '코로나 19' 확진자 현황에 대한 일부 보도는 그 통계의 출처를 정 구청장의 SNS로 적시했고, 시민들도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공식 발표하기 전 잠시나마 혼란에 빠졌지요. 
 
정 구청장의 사회와 구민을 위한 충정은 알겠으나 확진자 발생 등 지금 사태의 모든 공식적인 발표는 중앙방역대책본부로 일원화 돼 있습니다. 
 
정 구청장의 공지 때문에, 앞으로 전국 지자체장들은 경쟁하듯 앞다퉈 확진자와 관련된 소식을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쏟아낼지도 모릅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국가적 혼란 상황을 지자체장을 비롯한 공직자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들리는 듯 합니다.
 
앵커리포트였습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코로나 19' 확진자 발생 알림 게시물. 사진/정 구청장 페이스북 캡처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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