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올해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철강시장의 불확실성 확대가 우려되는 가운데 동국제강이 2020년 임금협상을 평화롭게 마무리했다. 지난 1994년 국내 산업계 최초로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한 이후 26년째 상생의 노사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동국제강은 회사의 성장동력을 노사간 상호 신뢰와 협력으로 삼고 있다. 장세욱 부회장은 "회사의 전통이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리 회사에 전통 중 하나가 노사문화"라며 "노사가 정확한 현실을 알고 있는 만큼 시간 끌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몇년전부터 협의를 빨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나 갑작스럽게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이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가운데서도 이런 협상이 진행돼 기쁘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상규 동국제강 노조위원장은 “동국제강의 상생 노사문화는 대외적 자랑거리"라며 "노사가 한마음이 돼 100년 영속기업의 기틀을 마련하자"고 답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사진 오른쪽)과 박상규 동국제강 노조위원장이 3일 동국제강 인천공장에서 '2020년 임금협약 조인식'을 갖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동국제강
노사가 26년 연속 무교섭 타결에 성공했다. 그러나 노사 관계가 마냥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지난 1980년은 동국제강의 부산 공장이 전면파업으로 5일간 가동중단됐고 일부 설비는 손실되기도 했다. 당시 공장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할 정도로 노사분규는 극에 달했다.
그후 1987년 동국제강 노동조합이 설립된 후 1991년에도 또 한번의 파업이 발생했다. 회사는 10일간의 오랜 파업 탓에 생산 차질을 겪었으나 노사간 갈등을 대화와 설득을 통해 풀어내고자 했다. 이를 계기로 노사 관계는 돈독해졌다.
하지만 노사간 상생의 문화가 정착하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90년대 중후반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인적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당시 동국제강은 사업구조를 봉형강류에서 후판 중심으로 전환하고 대규모 투자도 단행한 상태였다. 외환위기로 눈물을 머금고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당시 동국제강은 창사 이래 대규모의 사업 구조조정을 벌였으나 인적 구조조정은 전혀 없었다. 회사가 노조와의 고용안전 합의를 지키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노조는 자발적인 임금동결, 증산운동 등을 통해 힘을 보태며 비로소 상생 협력의 문화가 구축됐다.
특히 2008년에는 개별기업이 아닌 그룹 5개 계열사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전권을 회사에 위임하는 '일괄 노사협상'을 타결해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회사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상생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동국제강은 2007년 1조원 가량을 투자해 연산 150만톤 규모의 후판 생산능력을 갖춘 충남 당진 공장을 만들어 일자리 400여개를 늘렸다. 2009년에는 2800억원을 들여 인천공장에 연산 120만톤의 에코아크 전기로 설비를 세우기도 했다. 당시에도 73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었다.
또 2012년에는 1900억원을 투자해 연산 120만톤의 최신예 철근 압연공장을 준공함으로써 일자리 62개를 만든데 이어 2016년에도 부산공장에 총 4기의 칼라강판 생산라인을 증설해 일자리 125개를 추가했다.
올해도 글로벌 경기 부진에 철강시장은 불확실성 확대가 우려되는 가운데 동국제강이 2020년 임금협상을 평화롭게 마무리했다. 사진/동국제강
이처럼 노사의 상생 문화는 국내 철강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해는 박상규 동국제강 노조위원장이 노사문화 유공을 인정받아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은탑산업훈장은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되는 정부 포상이다.
박상규 위원장은 지난 1986년 동국제강에 입사해 33년 넘게 재직하고 있다. 노동조합 활동은 1995년부터 시작해 사무국장과 수석부위원장, 노조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동국제강 근로자 업무 환경 개선과 노사 협력 문화를 구축한 주역이다. 특히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현장 밀착형 노사협력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노사 관계를 모범적으로 이끌고 있다.
동국제강도 대화에 적극적이다. 장세욱 부회장은 지역 사업장을 방문할 때마다 가장 먼저 노조 사무실을 찾을 정도다. 이렇다 보니 노사는 올해도 국내 철강업계를 선도하는 합리적 교섭관행으로 26년 연속 무교섭 조기 타결을 이끌어 냈다.
장세욱 부회장은 "협상에 만족 하거나 불만족하는 노조원도 있을 것"이라면서 "동종사보다 좋은 복지,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은게 나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에는 좀더 높은 급여, 복리 혜택을 받을수 있길 바란다"며 "올 한해도 건강하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여기에 박 위원장은 "작고, 크고가 아닌 명확한 소통을 통해 가치를 높이는게 조합원들의 마음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회사의 결정에 믿고 따라가는 만큼 회사는 조합원들에게 더욱 더 신뢰를 주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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