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일본 불매 운동과 공급 과잉으로 침체에 빠진 항공업계가 우한 폐렴으로 악재를 추가하게 됐다.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늘었기 때문에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타격이 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28일 항공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확산함에 따라 중국인을 포함한 전반적인 여행 수요가 줄어들 전망이다.
항공사들은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화하자 이를 대체한다는 취지에서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중국 노선을 늘려왔다. 이 때문에 중국 노선은 전년보다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전국 공항 국제선 수송량은 전년 동기보다 0.3%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중국 노선은 14.6% 증가했다.
이 가운데 폐렴이 우한을 넘어 베이징 등 중국 전역으로 퍼지자 한국인의 중국 출국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지난 27일부터 해외 단체여행을 금지하면서 인바운드(외국인 방한객) 수요도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사스가 터졌던 2003년 중국인 방한객은 51만2768명으로 전년보다 약 5% 감소한 바 있다. 당시 중국을 비롯한 국제선 운항이 일부 중단되며 여객도 30~40% 줄었다.
그래픽/표영주 디자이너
메르스가 유행했던 2015년에도 3%가량 중국인 방한객이 줄었다. 2003년부터 2015년까지 중국인 방한객 수가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사스와 메르스가 터졌을 때 단 두 번뿐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었기 때문에 우한 폐렴으로 인한 타격은 과거 사스, 메르스 때보다도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은 500만명 수준으로 사스가 발생했던 2003년보다 10배가량 증가했다.
항공사들은 현재 우한 노선을 비롯한 중국 노선을 대부분 운휴하며 사태 진정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인천~우한 노선 운항을 오는 31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혔으며 이 노선 신규 취항을 준비했던 티웨이항공도 일정을 미뤘다.
마스크 쓰고 인천공항 입국하는 승객들. 사진/뉴시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24일 이전에 발권한 중국 노선이나 중국을 경유하는 항공권에 대한 환불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공지했다.
우한을 제외한 중국 도시 운항 중단도 늘고 있다. 제주항공은 부산과 무안에서 출발하는 장가계 노선과 무안~싼야 노선 운영을 중단했다. 에어서울도 이날 장자계와 린이 노선 운항 중단 소식을 알렸으며 이밖에 항공사들 대부분은 중국 또는 인접 국가 노선에 대한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우한 폐렴 사태가 전반적인 해외여행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스가 확산한 직후인 2003년 3~6월 내국인 외국 출국은 전년 동기보다 23% 감소했다"며 "당시 중국인 입국뿐 아니라 전체 여객 실적에 모두 악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우한 폐렴이 확산하며 중국 노선 취소표에 대한 고객 문의도 많아지고 있다"며 "중국은 물론 해외여행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여행 수요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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