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일
·가정 양립 지표
' 결과에 눈이 갔다
. '일
'만 중시하던 사회에서
'일과 가정생화의 균형
(워라밸
)'을 중시하는 사회로 첫 발을 뗐기 때문이다
. 통계청이
2011년부터
2년마다 일
·가정 우선도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일과 가정생활을 비슷하게 중요하게 여긴다
'는 답변이
44.2%로
'일을 우선한다
'(42.1%)는 응답을 처음 앞지른 것이다
. 일을 우선하는 사고가 압도적이었던 사회에서 개인에게 가정의 중요성이 커진 셈이다
. 세계에서 가장 긴 장시간 노동을 가졌던 한국인의 삶이 시나브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
올해는 워라밸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가는 사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300인이상 대기업만 하던 주52시간 근무제가 50~299인 중소기업까지 확대되면서다. 최근 사람인이 직장인 11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봐도 중소기업 직장인 10명중 8명이 주52시간 근무제를 찬성했다. 이들은 정시 퇴근 문화가 정착될 수 있고, 취미생활·자기계발 뿐 아니라 충분한 휴식으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인 이유로 꼽았다. 이에 올해부터 달라지는 노동시장 변화가 한걸음 더 워라밸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가족돌봄휴가'가 눈에 띈다. 갑자기 아이가 아파 발을 동동 굴리던 워킹맘, 부모의 병환으로 급하게 간병을 해야 할 경우에 회사에 눈치 보지 않고 연 10일동안 하루 단위로 가족돌봄 휴가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에 가족돌봄 휴직이 연간 최대 90일 중 한 번에 최소 30일 이상 사용해야 했다면 가족돌봄 휴가는 연간 90일 중에 10일은 하루 단위로 사용할 수 있다. 이에 짧은 기간 가족의 간병이나 자녀의 학교행사 참석 등을 위해서 가족돌봄 휴가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휴가가 아닌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수도 있다. 노동자가 가족 돌봄이나 본인 건강, 은퇴 준비와 학업을 위해 사업주에게 근로시간 단축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2월말부터는 부부 동시 육아휴직도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부부가 같은 기간에 휴직할 수 없었고, 사업주가 허가해도 육아휴직급여는 부부 중 1인에게만 지급돼 '독박육아'에 처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부부가 동시에 육아 휴직을 사용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두 명 모두에게 육아휴직급여가 지급된다. 이같은 정책 변화에 부부 공동육아에 대한 인식이 더 확산되면서 실제 남성 직장인 10명중 7명은 배우자 대신 육아휴직을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남녀 직장인 1578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인데 2015년 조사 당시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다만 직장인들의 변화가 감지되고, 정책이 바뀌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적용까지는 '문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주52시간제의 경우 정부가 중소기업 여건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1년 정도 유예기간을 준 만큼 현장안착이 더딜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돌봄휴가도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직장 상사눈치, 회사 눈치를 얼마나 덜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육아휴직 또한 남성의 경우 상당폭 늘었지만 승진누락 등의 후폭풍을 우려해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변화는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도 국민도 기업도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 과로 국가에서 벗어나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고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꿔 생산성 높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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