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세계의 화약고 중동이 이라크를 중심으로 폭발 직전에 치달으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아직 업계는 사업중단 등의 차질은 없지만 정세의 향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현지에서 진행 중인 공사는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중동 발주는 전망이 불투명하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라크에서 공사를 진행 중인 현대건설, 대우건설, 한화건설 등은 현지에서 벌어지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건설사는 현장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세 변화가 있는지 지켜보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각각 카르발라 정유공장, 알포 항만 연계 사업, 비스마야 신도시개발 사업 등을 수행 중이다.
현지 분쟁은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공사가 중단되거나 인력이 철수하는 등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는다. 국내 건설사가 진행 중인 사업장은 무력 충돌이 주로 발생하는 바그다드와 거리가 멀고 사업장의 안전도 확보하고 있다. 비스마야 신도시개발 현장에는 300여명의 이라크 군인과 경찰, 한화건설의 사설 경호단이 주둔하고 있다. 현장 인력의 바그다드 이동도 자제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카르발라 사업장에 이라크 군대가 배치돼 있고, 사업 현장과 본사간 직통전화를 설치해 상황을 공유하며 안전 문제 대응을 위한 예행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사 일정에는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서 진행 중인 공사의 발주처가 이라크 정부인데 정부 재정이 풍족하지 않은데다 정세가 혼란스러워지면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가 바뀔 수 있어 대금 지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도 한화건설과 현대건설은 IS 내전 당시 이라크 정부가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자 공사 속도를 늦추는 슬로우다운 조치를 내렸다. 현재 기존 발주 사업도 최종계약이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갈등이 누그러지기 전까지 국내 건설업계의 이라크 수주 규모 역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라크에서 발주 자체가 적어질 수 있고, 물량이 나오더라도 국내 건설사가 입찰에 신중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해외건설협회와 통계청에 따르면 IS 내전 기간이던 지난 2014년에서 2017년까지 국내 건설업계의 이라크 수주 규모는 85억3200만달러(약 9조9600억원)에서 1300만달러(약 152억원)로 급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이라크와 인접한 국가도 발주가 위축될 전망이다. 유가가 상승하면서 발주 예정 물량은 증가할 수 있지만 이란이 원유 수송 해상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원유 수출길이 막혀 실제 발주가 나올지는 불투명하다는 설명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동 지역 정세 불안은 이라크 인접국의 발주를 지연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시민들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추모 행사에 참석해 미국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건설현장. 사진/현대건설
국내 한 대형 건설사가 외국에서 진행 중인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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