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새해, 중기 규제혁신 원년으로)불필요한 장비에 1천만원 지불…규제 획일 적용에 속 타는 중기업계
헤이딜러, 자동차관리법 적용으로 사업 위기
2020-01-02 06:00:00 2020-01-02 11:17:17
[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정부가 규제 혁신이란 기치를 내걸고 다양한 규제 혁파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중소기업 현장에선 규제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의 규모와 사업 내용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의 획일적 적용이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도에 소재한 한 타이어 전문 업체는 타이어 점검과 교환, 휠얼라인먼트(자동차 바퀴의 각도를 정렬해 주는 작업)를 주로 하는 업체이지만 자동차 정비에 쓰이는 부동액회수재생기 등 타이어 점검에 불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는 현행법령상 휠얼라인먼트 작업을 하는 타이어 취급 전문업체도 부동액회수재생기, 일산화탄소측정기, 탄화수소측정기, 매연측정기 등 4종의 정비·검사기구를 갖춰 자동차전문정비업 등록을 하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타이어 전문 업체가 타이어 교환과 수리만 할 경우 자동차정비업 등록이 필요 없지만, 휠얼라인먼트 작업을 할 경우 자동차전문정비업 등록이 필요하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타이어 전문점이 자동차전문정비업 필수장비 4종과 무관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관련 장비를 구비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불필요한 장비를 갖추기 위해 500만~1000만원 정도의 창업 비용이 소요된다”면서 “실제로 해당 장비들은 구입 후 한 번도 쓴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모바일 기반 중고차 거래 플랫폼인 ‘헤이딜러’도 규제 획일 적용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례다. 중고차를 판매하려는 개인과 이를 사려는 딜러들을 연결해주는 이 업체는 출시 1년만에 30만건 이상의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300억원의 거래 규모를 돌파하는 등 흥행 청신호를 밝혔다.
 
하지만 헤이딜러의 사업 영역이 기존 중고차 매매·경매 사업자들과 겹치면서 자동차 경매에 대한 규제 문제가 대두됐다. 결과적으로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통해 주차장과 경매실 등 자동차관리법 시설 기준이 헤이딜러에도 적용, 사업 시작 1년만에 폐업하기도 했다.
 
그러나 헤이딜러 고객들의 반발과 과도한 규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면서 자동차 경매의 정의에 온라인 중고차 매매 정보 제공에 대한 근거가 마련돼 현재는 사업이 재개된 상태다.
 
중금리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8퍼센트’도 비슷한 사례다. 8퍼센트는 2014년 12월부터 베타 테스트 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의 지적으로 8퍼센트가 대부업법에 따른 등록의무 및 유사수신행위 관련 규제를 위반했다며 폐쇄 조치를 내렸다.
 
사이트 폐쇄 이후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진흥 정책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당시 중소기업청은 VC투자를 통한 사업 육성과 합법적 자금 중개를 위해 모회사와 자회사로 이원화해 8퍼센트 서비스의 정상화를 도왔다. 현재 8퍼센트 등 P2P금융 기업은 2020년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 국회를 통과해 새로운 전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수정 규제영향평가센터장은 “중소기업의 불합리한 규제 부담을 최소화 해 기업의 적극적 경제 활동을 지원하고 시장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중소기업계의 규제 획일 적용에 대한 부담감이 높아지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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