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중국이 보여주는 빅브라더의 미래
2019-12-23 07:00:00 2019-12-23 07:00:00
 
서명수 슈퍼차이나 대표
'빅브라더'의 세상이 도래했다. 조지 오웰이 소설 <1984>에서 제시한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세상이 바야흐로 펼쳐지고 있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CCTV는 정교한 안면인식 기술을 통해 당신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기록한다. 스마트폰을 소지한 당신은 초 단위로 위치를 전송하고, 'QR코드'와 신용카드로 결제한 전표는 당신의 일상을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빅브라더에게 보고한다. 집에 들어갈 때도 아파트나 공동주택의 현관에서는 당신의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 메인 서버에 보낸다. TV는 당신이 선호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기억한다. 단 한 순간도 시스템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없는 당신은 휴대폰 전원이 꺼지고 TV를 끈 후에야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빅브라더의 시초는 범죄예방을 위한 CCTV 보급과 일상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간편결제 시스템 도입,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보급과 사용이었다. 2015년부터 공공연하게 도입되기 시작한 중국의 '스카이넷' 프로젝트는 범죄예방을 이유로 주요 대도시의 공항과 철도역, 항만 등 사람들의 통행이 빈번한 공공장소와 교차로 등에 CCTV를 설치하고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수집한 정보는 교통법규 위반 등의 사소한 것에서부터 수배자 등 범죄자들을 실시간으로 검거하는 등의 다양한 성과를 나타냈다.

이에 중국은 CCTV를 전국에 대대적으로 확대키로 하고 2020년까지 대륙 전역을 24시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국내에도 CCTV 감시 시스템이 도입돼 상용화되고 있다. 미세먼지 절감대책의 일환이라며 서울시가 4대문 진·출입구에 설치한 CCTV는 '5등급' 디젤 자동차를 실시간으로 파악, 5분 안에 차량 소유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자신의 차량이 과태료 부과 대상인지도 모르던 운전자들은 '한국판 스카이넷'이 활약에 놀라고 있다.

이미 안면인식 기술은 우리의 생활에도 적용되고 있다. 스마트폰 잠금해제 등에 사용된 '페이스 ID'는 지문인식보다 편리하다는 장점 때문에 전자서명을 대체하고 있다. 중국 허난성의 정저우시도 지하철에 안면인식 기술을 도입했다. 중국 베이징의 서우두(首都) 공항을 대체할 다싱(大興) 공항은 체크인과 결제에 이 기술을 전면적으로 도입했다. 중국에 입국하는 외국인들도 예외없이 입국대에서 얼굴을 스캔하고 10개의 손가락 지문을 등록해야 한다. 숙박하는 호텔에도 반드시 이런 방법으로 등록을 하고 베이징 거리에 나서면 CCTV가 먼저 눈에 들어올 정도다.

그래서일까. 중국에 갈 때마다 '어딜 가나 감시당하고 추적당하고 있다는' 섬뜩한 느낌을 받는다.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은 99% 이상의 인식률을 자랑할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안면인식 기술이 범죄예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단 한 순간도 생활할 수 없는 중국에서는 이달 1일부터 신규 휴대폰을 개통할 때 반드시 얼굴인식을 하도록 의무화했다. 지금까지는 신분증을 복사해서 제출, 신분을 확인했지만 이제 자신의 생체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페이스 ID와 전화번호가 결합된 모든 중국인의 정보가 통신사에 등록된다면 이 정보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다. 즉 안면인식과 전화번호, CCTV가 결합된 완벽한 빅브라더의 세상으로 가는 '키 체인'이 될 수 있다.

빅브라더에 대한 걱정, 사생활과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는 중국에서 거의 문제 제기되지 않고 있다. 신중국 건국 이후 집단농장 생활과 '한솥밥 문화', 문화대혁명의 아픈 기억이 개인의 자유와 인권에 관해 소극적인 중국인을 양성한 탓이다. '만리방화(Great Firewall)' 등 중국의 인터넷 통제에 익숙한 중국 국민들은 우리와 달리 강력한 국가통제 시스템에 대해 그리 부정적으로 반응하지도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빅브라더가 은연 중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 CCTV는 중국보다 더 조밀하게 설치됐고 대부분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는 우리들의 일상생활을 기록하고 있다. 얼굴인식으로 여는 스마트폰이 기록한 우리의 일상도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엿볼 수 있다. 중국이 앞서 열고 있는 AI 세상은 정보통신(IT)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편리하게도 하면서도 구속할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미 닥친 빅브라더의 지배를 누가 제어할 수 있을까.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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