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시장 데이터를 씹어먹자
2019-12-17 14:41:08 2019-12-27 10:43:47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정보는 일부 온라인상에서 분양가 상한제 이후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감정원을 비롯해 기관이 제공하는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감정원 조사 가격은 실거래 체결가격뿐만 아니라 중개소 매물 시세를 반영한 결과라고 한다. 온라인 역시 실거래 외 호가 등 시세를 반영한다고 해 기본 데이터엔 차이가 없다. 구체적인 조사방식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기관은 관련 시장 종사 업체가 제공하는 가격을 수집해 공개해왔다기름값이 그렇다. 반면 온라인은 시장 주체가 직접 가격을 올리거나 자동 반영되는 경우가 있다. 기름값도 그런 식이다. 특히 기관이 제공하는 가격은 권역별로 구체화되지 않는데 온라인은 그렇다. 소비자가 온라인을 먼저 보고 거래하거나 해당 지역 중개소를 방문하기 때문에 미끼매물이 섞여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저렴한 매물을 허위로 올린 것인지, 정부에 보고하는 가격에 거품이 섞인 것인지 양쪽 다 개연성이 없지 않다. 어쨌든 이러한 가격차는 부동산 데이터의 신빙성을 떨어뜨린다.
 
시장은 데이터로 말하는 시대가 됐다. 원인과 결과는 모두 데이터로 풀이된다. 도소매 분야가 대표적이다. 이 영역은 더 이상 데이터 없이 표현 안 된다. 소비자 니즈가 다양하다는 것을 입증하면서 그런 니즈를 트렌드화하는 게 데이터다.
 
아모레퍼시픽이 라네즈 브랜드 제품에 적용한 스킨베일 메이크업 베이스 제형 기술로 장관상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은 아시아 여성의 피부 색상에 맞게 피부톤을 보정해주면서 외부 오염물질을 차단하는 메이크업 베이스를 연구해왔다. 연구는 5년에 걸쳐 2550명 아시아 여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관련 기술은 국내 특허 출원 6, 국내 특허 등록 4, 학회 발표 2, 논문 발표 5건 등 검증을 거쳤다. 단순히 기업이 홍보하는 좋은 제품에 그치는 게 아니다. 뷰티는 과학이 됐다.
 
현대홈쇼핑이 올해 선정한 베스트 톱10 브랜드에선 패션과 단독 콘텐츠가 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구호 디자이너의 ‘J BY’가 베스트 브랜드로 선정된데 이어 현대홈쇼핑 자체브랜드(PB) 밀라노스토리와 라씨엔토도 5위내 진입했다. 현대홈쇼핑이 지난해 10월 론칭한 디자이너 브랜드 ‘A&D(에이앤디)’도 출시 1년만에 베스트 3위에 올랐다. 회사는 프리미엄과 더불어 실용성, 가성비, 트렌디한 디자인을 이들 브랜드 인기 비결로 꼽았다. 셀프 홈뷰티 트렌드가 보편화되면서 기능성 뷰티, 헤어 상품군도 10위 안에 있다. 현대홈쇼핑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고객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상품 포트폴리오를 늘리기로 했다.
 
롯데홈쇼핑 히트상품에서는 가성비 우수 상품 아니면 초고가 프리미엄 상품에만 지갑을 여는 소비 양극화가 감지됐다. '라우렐', 'LBL' 등 단독 브랜드가 올해 전체 주문수량 80%를 차지했고 100만원대 이상 고가 상품 주문 건수가 2배 이상 늘었다. 지난 2월 단독 론칭한 전통 독일 패션 브랜드 라우렐은 고급스럽고 실용적인 스타일로 40, 50대 여성 공략에 성공했다. 롯데홈쇼핑 자체 패션 브랜드 LBL은 캐시미어 특화 브랜드로 최상급 명품 소재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이번 시즌 최고가 상품인 300만원대 친칠라 피아나 후드 롱코트60분 동안 주문금액 30억원에 완판됐다. 회사는 명품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최상급 소재를 선보인 시도가 소비 양극화 현상과 맞물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봤다.
 
마트에선 에어프라이어 관련 상품 매출이 매년 증가추세다. 2017년 연간 15만대 수준에 불과했던 국내 에어프라이어 시장 규모는 2018년 연간 100만대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약 150만대가량으로 성장할 것을 내다본다. 이마트는 에어프라이어가 인기를 끌며 조리가 간편해진 튀김류 상품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온라인 쇼핑몰 성장으로 위기를 맞은 오프라인 매장은 지역 밀착형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해 고객몰이를 하고 있다. 스타필드 시티는 신도시 특성상 수요는 많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문화, 교육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 호응을 얻었다. 일례로 9세 이하 유아동 인구 비중이 높은 신도시 특성에 맞게 과감히 로열층인 2층을 키즈존으로 구성했다.
 
한국유통학회에서 연구 중인 복합쇼핑몰이 주변 점포 및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자료에 따르면, 스타필드 시티 위례 출점 후 반경 5km 내 상권 매출액은 출점 전에 비해 6.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의류점은 38.3%, 과일가게, 정육점 등 농수축산물 점포는 8.4% 매출이 증가했다. 유동인구가 많아짐에 따라 주변 음식점은 5.7%, 커피전문점은 8.1% 약국은 14.9% 매출액이 증가했고 편의점도 6.7%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은 이처럼 데이터를 깔고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업과 정책 실패는 더이상 남탓할 일이 없게 됐다. 결과는 오로지 잘못된 수집과 해석 탓이다. 데이터를 씹어먹지 못한 사업주체 몫이다

이재영 뉴스토마토 산업2부장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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