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위한 절차를 마무리했지만 실제 파업에 나서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찬성률이 역대 최저 수준이라 파업을 시작해도 참여율이 저조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사측도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당장 파업에 나서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10일 진행한 파업 찬반 투표 결과 2059명 조합원 중 66.2%가 찬성하며 가결됐다고 11일 밝혔다. 투표율은 94.2%다. 이에 따라 노조는 대의원대회를 열고 파업 수위와 시기를 논의할 계획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수 십년을 일해도 기본급이 200만원이 넘지 않는다며 올해에는 12만원을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올해 1700억원 수준의 흑자가 예상되고, 경영난을 이유로 임금 인상을 거부하지만 정작 프랑스 본사는 고배당을 챙긴다는 주장이다.
반면 르노삼성은 자동차 판매량이 계속 줄고 있고 1인당 인건비 수준이 세계 르노그룹 공장 중 가장 높기 때문에 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상이 결렬된 후 노조는 파업을 위한 모든 절차를 밟았지만 강력하게 추진하기는 애매한 상황이다. 그간 파업 투표 전례로 봤을 때 이번 찬성 비율이 역대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노조가 올해 임금 인상을 위한 파업에 나선다. 사진은 르노삼성 부산공장. 사진/뉴시스
르노삼성 노조는 2012년 이래 모두 5차례에 걸쳐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85%의 찬성표를 받았고 2017년에도 89.9% 지지를 얻었다. 2012년~2014년 투표 때는 모두 90% 이상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따라서 66.2% 찬성표로는 파업을 강력하게 밀고 나가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노조가 파업에 나서더라도 참여율도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6월에도 2018년 협상을 둘러싸고 전면파업에 돌입했었는데 부산공장 노조원의 60% 이상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결국 8일 만에 파업을 철회했다.
부분파업이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지며 조합원들이 피로감을 느꼈고 집행부의 강경 투쟁 방침에도 반발해 정상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파업에 반대한 일부 조합원을 중심으로 제3 노조가 결성되며 내부 갈등도 빚고 있다. 이처럼 조합원들이 이미 투쟁 동력을 잃은 상태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을 집행부가 설득해 다시 파업장으로 모이게 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전경. 사진/르노삼성
사측이 쟁의 조정 결정 관할 기관 재선정을 요구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도 걸림돌이다. 르노삼성은 지방노동위원회가 아닌 중앙노동위원회가 쟁의 조정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냈다. 부산공장 외에 기흥연구소와 영업점이 전국에 걸쳐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이에 따라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파업이 늦춰질 수 있다.
내년 생산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것도 조합원들에게는 위기로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연간 21만대를 생산했는데 내년 생산물량은 10만대 수준으로 떨어지며 이른바 '생산절벽'에 놓인 상태다.
올해는 내수 회복과 닛산 '로그' 물량으로 버텼는데 로그 위탁생산 계약은 내년 3월 종료된다. 사측은 유럽에서 판매될 'XM3' 물량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과 경쟁하는 상황이라 이 또한 불투명하다. 생산 물량 감소에 르노삼성은 지난 10월부터 시간당 생산 대수를 60대에서 45대로 줄이고 희망퇴직도 받고 있다.
자동차 업계 '큰형님'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올해 무파업으로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대립보다는 화합이 살길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점도 변수다.
고민은 있지만 르노삼성 노조는 일단 파업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주재정 르노삼성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임금이 제대로 오르지 않아 턱없이 낮은 기본급을 받고 있는데 당장 쓸 수 있는 생활비가 모자란 조합원들도 많다"며 "부산공장 관할인 부산지방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행정소송에 관계없이 당장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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